매일 밤 그랬듯이, 발가벗은 몸으로 전갈과 나비들 사이에서 사랑의 갈증으로 몸서리를 치고 있던 메메가 기다리고 있는 목욕탕으로 들어가려고 기왓장들을 들어내던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를 쓰러뜨렸다. 그의 척추에 박힌 총알 한 방은 그를 평생 동안 침대에 가둬버렸다. 그는 자기를 한순간도 편안하게 내버려두지않았던 노랑나비들과 추억에 시달리고, 암탉 도둑으로 공식적으로 멸시를 받은 채, 신음 소리 하나 없이, 불평 한 마디 없이, 변명 한 마디 해보지 않고, 고독 속에서 늙어 죽었다. - P132

‘바닥으로 엎드려! 바닥으로 엎드려!
앞줄에 있던 사람들은 기관총탄에 맞아 이미 땅에 엎드려 있었다. 그러나 살아난 사람들은 땅바닥에 엎드리는 대신 작은 광장으로 달아나려 했는데, 그때 공포에 휩싸인 군중이 흡사 용이쳐대는 꼬리질을 피하듯 총알을 피해 빽빽한 파도처럼 한쪽으로 몰려가다가 반대편 길에서 용이 쳐대는 꼬리질을 피하듯 빽빽한 파도처럼 이쪽으로 밀려오고 있던 군중과 맞부딪쳤는데, 그쪽에서도 역시 기관총들이 쉬지 않고 발사되고 있었다. 군중은 기관총들의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는 규칙적인 가위질에 의해 가장자리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차근차근 동그랗게 잘려나가고 있었기때문에 진원지를 향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타고 빙빙 돌면서 가운데에 갇히게 되었다. 아이는 신비하게도 군중의 물결이 미치지 않는 어느 빈 공간에서 두 팔을 양 옆으로 쫙 벌린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여자 하나를 보았다.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는 그 아이를 그곳에 내려놓자마자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쓰러졌고, 곧이어 무자비한 군대는 그 빈 공간과, 무릎을 꿇은 그 여자와, 건기의 드높은 하늘 빛과, 우르술라 이구아란이 수없이 많은 동물 형태 캐러멜을 팔았던 창녀 같은 세상을 휩쓸어가 버렸다. - P151

문이 닫혔을 때,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는 이제 자신의 전쟁이 끝났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몇 년 전,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그에게 전쟁의 매력에 대해 얘기하면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들 가운데 수많은 예들을 뽑아 그 매력에 대해 보여주려고 애를 쓴 적이 있었다. 그는 대령의 얘기를 믿었었다. 그러나 군인들이 그를 쳐다보면서도 실제로는 보지 못했던 그날 밤, 지난 몇 달 동안의 긴장과, 감옥의 비참함과, 역 앞에서의 공포와, 시체를 가득 실은 기차에 대해 생각하면서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광대나 바보에 불과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대령이 전쟁에서 느꼈던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단 한 단어로 충분했을 텐데 그토록 많은 말들을 늘어놓을 필요가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단어는 바로 <두려움>이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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