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금박가루로 궁실과 인물을 그려 놓은 왜연갑倭硯匣을 배열해 놓는다. 한석봉의 액자 체첩(體帖)을 목각해 푸른비단으로 장정을 하고, 마디가 굵은 대나무로 필통을 만들어 회회청(回回靑, 도자기를 만들 때 쓰는 코발트 성분의 푸른 물감, 회화국, 그러니까 아라비아에서 난 것으로 조선에서는 주로 중국을 통해 수입했다)으로 ‘수부귀(壽富貴)‘의 세 글자를 적고 구워서 늘어놓는다. 화분 속에는 금봉화와 계관화(鷄冠花, 맨드라미꽃)를 잡다하게 심어 놓는다. 만약 이렇게 한다면, 나는 비록 그 사람이 고상한 선비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속물이라고 말할 것이다. - P182

담배 마니아였던 이옥은 담배의 경전인 「연경을 썼다. 그리고 자신이 이러한 서책을 저술한 까닭을 이렇게 밝혔다. "나는 담배에 심한 벽(癖)이 있는 사람이다. 담배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스스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망령되게 문헌과 자료를 가려서 뽑고 순서를매겨 저술했다. 엉성하고 그릇되고 거칠고 더러워서 숨겨진 사실을 밝히고 비밀스러운 부분을 들추어내기에는 진실로 부족하다. 하지만 내가 담배를 기록해 저술한 뜻은 옛사람이술에 대해 기록한 주록(酒錄)과 꽃에 대해 저술한 화보(花譜)』와 그 의도가 거의 비슷하다고 하겠다."
오늘날 우리는 이옥의 「연경을 통해 담배와 관련한 조선의 거의 모든 역사와 풍속을 알 수 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의 차이와 결과가 이러하다. 불광부득不狂不得), 미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는 말이다. 싫어한다면 그쪽으로 아예 고개도 돌리지 말아야 하고, 좋아한다면 차라리 미치도록 좋아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 싫어하든 좋아하든 비로소 그 뜻을 이룰 수 있다. - P1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