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호메로스 시대 그리스에서 ‘클레오스‘(명성)는 노래로 불렸다. 개인의 삶에 대한 평가와 기억은 공기의 진동에 담겼다.
따라서 듣는다는 것은 오래 남는 것을 아는 것이었다.
나는 생태학적 ‘클레오스‘를 찾고자 나무에 귀를 기울였으나 역사의 주역으로서의 영웅이나 개인은 하나도 찾지 못했다. 나무의 노래에 담긴 살아있는 기억은 생명 공동체에 대한, 관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인간은 혈육이자 육화된 구성원으로서 이 대화에 참여한다.
따라서 듣는다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와 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 P8
케이폭나무
에콰도르 티푸티니강 유역
0°38‘10.2" S, 76°08‘39.5" W
이끼는 얇디얇은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어찌나 얇은지 빛은 날개를 눈치 채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다. 햇빛은 색깔이 아니라 기미만을 남긴다. 잎들이 사방으로 퍼지고 이끼식물이 기다란 줄을 따라 올라간다. 나뭇가지를 뒤덮은 균류 • 조류藻類 군집과 날아다니는 이끼를 붙들어 맨 것은 섬유질 닻이다. 이곳의 이끼는 딴 곳의 이끼처럼 쪼그리고 수그린 채 살아가지 않는다. 이곳의 물은 살갗도, 경계도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공기가 곧 물이다. 이끼는 대양의 가느다란 바닷말처럼 자란다.
숲은 모든 피조물에게 입술을 대고 숨을 불어넣는다. 우리가 빨아들이는 뜨겁고 향기롭고 포유류를 닮은 이 숨은 숲의 피에서 우리의폐로 곧장 흘러든다. 약동하는 내밀하고 질식할 것만 같은 숨. - P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