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술라가 언제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년에 이르러 이제 침대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을 때도, 그저 나이가 들어 기력을 잃은 것처럼 보였을 뿐이지 완전히 장님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우르술라는 그 사실을 호세 아르까디오가 태어나기 전에 알았었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시력 감퇴인 줄 알고 남몰래 골수로 만든 시럽을 마시고, 눈에 벌꿀을 바르곤 했지만, 이내 자신이 대책 없는 암흑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음을 깨달아가기 시작했는데, 마침내는 마꼰도에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을 때도 그 광채만 볼 수 있을 뿐 전기라는 발명품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지 못했었다. 자신이 장님이 되었다는 사실을 밝힌다는 것은 곧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알리는 것이 될 것 같아 그 사실을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백내장의 후유증으로 아무것도 볼수 없게 되었을 때라도 기존의 기억을 이용해 계속해서 물건들을 볼 수 있도록 물건들 사이의 거리와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아내는공부를 조용히 집요하게 했었다. 나중에는 예기치 않게 냄새들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어둠 속에서는 부피나 색보다는 훨씬 더 설득력 있는 힘으로 구분되었고, 그녀를 체념으로 인한 수치심으로부터 결정적으로 구원해 주었다. 그녀는 방 안의어둠 속에서도 바늘에 실을 꿰고, 옷에 단춧구멍을 낼 수 있었고, 우유가 언제 꿇을 것인지도 알아냈다. 각각의 물건들이 있는 장소를 어찌나 확실하게 알고 있었던지 때때로는 자기가 장님이라는 사실을 그녀 자신도 잊곤 했다. - P69

 그러나 우르술라는 나이가 들면 생기는 그 통찰력으로 아이들이 어머니의 뱃속에서 우는 것은 복화술이나 예언가적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사랑하는 데 무능하다는 명백한 조짐이라는 사실을 터득했고, 그래서 자신의 견해를 사람들에게 자주 얘기했었다. 아들에 대한 이미지를 그렇게 격하시키고 나니, 그 동안 느끼지못하고 있던 아들에 대한 연민의 정이 한꺼번에 갑자기 솟아났다. 한편으로, 자신의 가혹한 마음에 자기 스스로도 놀라고, 모진 슬픔을 못 이겨 스스로 고통스러워했던 아마란따는 이 세상에 존재했던 여자들 가운데 가장 부드러운 여자였다는 사실이 우르술라의 마지막 조사에서 명확하게 밝혀졌고, 또 아마란따가 삐에뜨로 끄레스뼈를 부당한 고문을 가하는 것처럼 냉정하게 대했던 것은,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복수를 하려는 의지때문이 아니었고, 또 헤리넬도 마르께스 대령에게 일부종사하기를 차일피일 미루어 결국은 그의 인생을 망치게 했던 것은, 모든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자신이 겪은 고통에서 비롯된 심술 때문이 아니라, 그 두 가지 사건이 그녀 자신의 측정할 수 없는 사랑과 극복하기 어려운 두려움 사이에서 결사적인 투쟁을 벌이다 결국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마음속에 항상 지니고 있던 그 비이성적인 두려움이 승리를 거두어버린 결과라는 사실을 우르술라는 연민 섞인 통찰력으로 이해했다. 우르술라가, 단 한번도 자기의 젖을 먹지 못한 채 땅 흙과 담벼락 석회를 긁어 먹고 자랐으며, 자기의 피가 아니라 무덤 속에서도 뼈가 계속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그 낯선 사람들의 낯선 피가 핏줄 속에 흐르고 있던 레베까, 성미가 급하고 특이한 위를 지녔던 레베까만이 그 누구도 속박할 수 없는 진정한 용기, 우르술라 자신이 가문의 핏줄 속에흐르기를 바랐던 그 용기를 지니고 있던 유일한 여자였음을 깊이이해함으로써 뒤늦은 후회와 갑작스럽게 밀어닥친 감탄으로 인해 솟아오르는 해묵은 애정을 느끼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그녀를 회고하기 시작했던 때도 바로 그때였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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