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최소한의 곤란도 겪지 않은 채 차분하고 교묘한 솜씨로 고통의 낭떠러지를 타고넘었고 동물들의 생고기 냄새와 막 다리미질을 끝낸 옷 냄새가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늪지로 변해 있던 레메디오스를 만쳐들났다. 붕 떠서 그 늪지를 빠져나왔을 때 그는 울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기도 모르게 훌쩍훌쩍 흐느꼈다. 그러고 나서는 고통스러운 종기 같은 것이 몸속에서 터졌다고 느끼면서 콸콸 쏟아지는 샘물처럼 펑펑 울어 댔다. 필라르 테르네라는 손가락 끝으로 그의 머리를 살살 긁으면서 그가 제대로 살 수 없을 정도로 그를 괴롭히던 어두운 물질이 그의 몸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그에게 물었다. "상대가 누구야?" 아우렐리아노는 모든 걸 다 얘기했다. 필라르 테르네라는, 예전에는 비둘기들이 놀라 달아날 정도로 웃어 댔지만 이제는 곁에서 자던 아이들이 깨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게 웃었다. "자기가 그 애를 마저 다 키워야 할 거야." 필라르 테르네라가 놀려댔다. 그러나 아우렐리아노는 그 조롱 속에 깊은 이해심이 깔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우렐리아노가 남성으로서의 자기 능력에 대한 의구심뿐만 아니라 여러 달 동안 가슴속에 감추고 참아 왔던 괴로운 짐을 그곳에 놔두고 방을 나섰을때 필라르 테르네라는 자발적으로 약속 하나를 했다.
"내가 그 여자애를 만나 얘기를 좀 해 볼게. 그 애를 쟁반에고이 담아 대령할 테니 두고 봐." 필라르 테르네라가 아우렐리아노에게 말했다. - P113

레베카가 강인한 성격과 아랫배의 탐욕과, 고집스러운 기질로 남편의 엄청난 에너지를 흡수해 버렸기 때문에 남편은 여자나 밝히는 게으름뱅이에서 거대한 일 동물로 변했다. 그들은 깨끗하고 잘 정리된 집 한 채를 갖고 있었다. 동이 트면 레베카가 집 문을 모두 활짝 열어 놓았기 때문에 무덤 쪽에서 창문으로 불어 들어온 바람이 마당 쪽 문을 통해 빠져나갔고, 죽은 사람의 뼛가루로 인해 벽이 하얗게 되고 가구의 빛이 바랬다. 흙을 먹고 싶은 욕망과 부모의 뼈가 내던 덜그럭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피에트로 크레스피의 수동적인 태도 때문에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던 그 조바심은 어느덧 기억의 다락방속으로 쫓겨나 있었다. 레베카는 전쟁의 불안감은 남의 일인양 하루 종일 창가에 앉아 자수를 하다가 마침내 찬장 속에든 세라믹 그릇들이 진동하기 시작하면, 각반과 박차를 차고 쌍발 엽충을 둘러멘 거대한 남편이 지저분한 사냥개들을 앞세우고 나타나기 훨씬 전에 음식을 데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남편은 가끔씩 어깨에 사슴 한 마리를 지고 왔으며, 거의 항상 토끼나 야생 오리 한 꾸러미를 꿰차고 나타났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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