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은 무조건 물리쳐야 할 해악인가? 그렇지 않다. 성리학적 세계관과 사유에 지배당한 조선 사대부에게는 마음을 제멋대로 풀어놓는 상태인 ‘방심‘, ‘잡념‘, ‘망상‘, ‘상념‘이 자신을 망치는 가장 해로운 적이었다. 그러나 성호학파의 문인 이학규(李學逵)는 오히려 망상을 통해 절망으로 가득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와 활력을 찾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망상 덕분에 유배지에 갇혀 있는이 몸도 크게는 온 천하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고, 작게는 눈에 띄지 않는 미세한 터럭 끝까지도 헤매고 다닐 수 있다고 망상을 하는 순간 자신의 마음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비유할 만하다고. 만약 지금 마음속 한 가닥 망상을 없애려고 한다면, 그의 삶은 불씨가 죽어 버린 잿더미처럼 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영원히 살아 움직임을 증명할 수 있는것은 망상에 있을 따름이다.
성리학적 세계관과 사유에 얽매이고 구속당하기를 전면적으로 거부한 이른바 ‘망상 예찬‘이다. 망상이 있어야 사람의 정신과 마음은 비로소 사상의 한계와 세상의 경계를 넘어서 무한과 무궁의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망상이 없다면 사상의 한계와 사유의 경계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망상하고 또 망상하라.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삶이 바로 그 망상 속에 있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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