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의 신체부속끼리 비교할 때는 처음에 같은 부위였지만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변화한 것들인지, 아니면 일대일 연관관계가 분명치 않은 연속 부위들이 엇갈려 있는 것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도롱뇽, 초식공룡, 쥐의 앞다리와 사람의 팔은 상동기관(homolog)들이다. 동일한 구조가 각 종에 맞게 다른 식으로 변형되었다는 뜻이다. 모두 공통 선조의 앞발로부터 진화한 것이다.
뒷발, 즉 사람의 다리나 네발 척추동물의 뒷다리 역시 상동기관들이다. 그런데 앞다리와 뒷다리는 서로 연속 상동기관(serial homolog)이다. 한 구조가 반복해서 나타났다는 뜻이며, 변형 정도는 동물마다 다르다. 척추와 연관 구조들(갈비뼈), 사지동물의 앞다리와 뒷다리, 손발가락들, 이빨들, 절지동물의 구기와 더듬이와 걷는다리, 곤충의 앞날개와 뒷날개가 서로 연속 상동기관들이다. - P56

반복 구조의 수와 종류가 변하는 과정에는 틀림없이 모종의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고생물학자 새뮤얼 윌리스턴은 1914년에 이렇게 단언했다. "유기체 신체부속들의 수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줄어든 부위들이 기능 면에서는 훨씬 전문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또 하나의] 법칙이다." 윌리스턴은 고대 해양 파충류를 연구하는 중이었다. 초기 동물군에는 비슷한 부속들이 다수 반복되는 반면,
후대 동물군에는 부속의 수가 줄고 구조마다 한결 전문화된 형태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게다가 전문화된 패턴이 일반적인 형태로 되돌아가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흥미로운 사례를 한 가지 들면, 처음에 사지동물에게 발가락이 등장했을 때는 한 발에 여덟 개까지 발가락이 있었다. 하지만 여덟 개라 해도 종류로 나누면 다섯 가지에 불과했으므로 결국에는 다섯 개의 발가락만 남게 되었다. 후대종들의 발가락은 더욱 전문화되었으며 더 수가 준 경우도 생겼다. - P60

모듈들이 반복된다는 것 외에도 동물 신체와 부속에 일반적으로적용된다 할 특징이 두 가지 더 있다. 대칭성과 극성이다. 우리가 친숙한 대부분의 동물은 좌우대칭형이다. 몸의 중앙을 가르는 기다란 중심축을 기준으로 왼편과 오른편이 대칭한다. 이런 설계를 채택한 동물은 앞/뒤 방위도 갖게 되는데, 덕분에 여러 효과적인 이동 방식들이 진화했다. 좌우가 아닌 대칭형을 갖는 동물도 있다. 가령 구멍연잎성게 같은 성게류 등 신기하고 다양한 종들이 속해 있는 극피동물은 5방사대칭형이다(그림1-12]. 대칭축을 찾아보는 것은 동물이 형성된 방식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동물 신체와 부속의 극성, Polarity)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동물은 극성을 나타내는 축이 세 개가 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몸 위에서 아래까지(직립한 사람의 경우에는 등에서 몸 앞까지가 된다). 몸에 가까운 쪽에서 먼 쪽까지 (몸통에 수직으로 붙어 있는 팔다리처럼 몸체에서 튀어나온 구조들에 적용된다)이다. 부속 구조들 각각도 극성이 있다. 손을 보자. 엄지에서 새끼손가락까지, 손등에서 손바닥까지, 손목에서 손가락 끝 방향으로 세 축이 있다. - P63

슈페만 형성체의 극적인 효과를 보고 알 수 있는 사실은, 배아의한 부분이 다른 부분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발생에 질서가 부여된다는 점이다. 이후 마찬가지로 극적인 다른 형성체들도 여럿 발견되어 이 원칙이 발생의 여러 차원에 적용되는 것임이 증명되었다. 배아 전체에 적용되는 것도, 개별 신체부속에 적용되는 것도 아주 세세한 패턴에 곧장 적용되는 것도 있다. 극적인 활약을 보이는 행성체를 두 가지만 더 소개하겠다.
사지의 형성은 예전부터 발생학자들을 매료시켰다. 발생 초기에배아 옆구리에 툭 튀어나온 작은 싹 모양 아체 (體, bud)였던 것이여러 단계를 거치며 꼴을 갖춰간다. 삼일 된 닭 배아의 아체는 길이와 폭이 1밀리미터에 불과하지만 병아리가 부화할 즈음이면 천배 가까이 자란다. 그 사이에 자그만 조직 뭉치는 바깥으로 자라며 길어지고, 뼈, 연골, 근육, 힘줄, 손발가락, 깃털을 발달시킨다. 질서 있고 아름답게 발생 과정을 펼쳐간다. 이 과정에서 가장 놀라운 현상은 연골 요소들이 가지런히 형성되는 일이다(이 자리에 나중에 뼈가 들어선다). 연골은 세포들이 응집된 부분에 형성되는데 어깨에서 시작하여 손발목을 따라 마지막으로 손발가락까지. 반드시 순서대로 놓인 다. 특별한 염료를 쓰면 전 과정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그림2-3). 사지 발생에 순서가 있는 것, 손발가락에 극성이 있는 것을 보면 배아전체와 마찬가지로 부속 차원에도 체계적인 신호가 존재해서 세포들의 운명을 지시함을 알 수 있다. - P72

형성체들은 조직이나 세포에 영향을 미쳐 어떠한 패턴을 형성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형태발생 (morphogenesis)을 유도한다. 형성체의 활동을 단순하게 해석하면 그들이 모종의 물질을 생성함으로써 주변 세포들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런 물질을 형태발생인자(morphogen)라 한다. 형성체의 영향은 대상 세포들과의 거리에 따라 다르다. 영원 배아나 병아리 날개 아체, 나비 날개에서 형성체 세포들에 가까이 있는 세포들일수록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멀리 있을수록 덜 받는다(또는 받지 않는다). 특정위치에 생성된 형태발생인자는 멀어질수록 농도가 떨어지는 농도기울기(concentration gradients)를 만든다. 인자를 둘러싼 주변 세포들은 자기에게 와 닿는 인자의 농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 P74

베이트슨은 기형들을 두 가지 기초적인 분류로 나누었다. 반복 부속의 수가 달라진 것, 그리고 부속 중 하나가 다른 부속과 비슷한 모양으로 변형된 것이다. 베이트슨은 후자의 변이에 호메오(homeotic, 그리스어로 같거나 비슷하다는 뜻인 ‘homeos‘에서 땄다) 변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 용어는 매우 중요하니 기억해두는 게 좋다. 베이트이 기이한 생물들을 수집한 까닭은 자연에서도 형태의 도약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그것이 진화적 변화의 기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베이트슨의 추론이 언뜻 직관적이며 설득력 있게 보일지 몰라도, 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둬야겠다. 생물학자들은 여러 증거를 보았을 때 진화에서 단번에 그런 엄청난 도약이 이루어지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드물다고 생각한다. 변이형이 생겨난다 해서 곧 새로운 종류나 종의 창시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지식으로 미루어보면 오히려 반대다. 괴물들은 형질을 전파하지 못한 채 자연선택의 힘에 휩쓸려 사라질 부적합한 형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단번에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바람직한 괴물‘이라는 개념은 사람들 머릿속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 P77

호메오 돌연변이를 보노라면 하나의 구조가 다른 구조로 어쩌면 그렇게 완벽하게 바뀔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발달이 뒤처지거나 실패한 것이 아니고 구조 전체의 운명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신체부속이 엉뚱한 장소에 생기거나 엉뚱한 수만큼 생긴 것이다. 주지해야 할 점은, 변화가 연속 상동기관들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더듬이가 다리로, 뒷날개가 앞날개로), 변형의 원인이 단 하나의 유전자에 일어난 돌연변이 때문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초파리의 경우 ‘호메오‘ 유전자, 즉 돌연변이를 일으킬 경우 호메오 형태를 일으키는 유전자들의 수가 아주 적다. 그러니까 몇 개 안 되는 ‘마스터‘ 유전자들이 파리 연속 상동기관들의 분화를 모두 담당한다는 뜻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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