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꽃 붉은 물결
삼월 푸른 계곡에 비가 개고 햇빛은 따사롭게 비춰 복숭아꽃 붉은 물결이 언덕에 넘쳐 출렁인다. 오색빛 작은 붕어가 지느러미를 재빨리 놀리지 못한 채 마름 사이를 헤엄치다가 더러 거꾸로 섰다가 더러 옆으로 눕기도 한다. 물 밖으로 주둥아리를 내밀며 아가미를 벌름벌름하니 참으로 진기한 풍경이다. 따사로운 모래는 맑고 깨끗해 온갖 물새 떼가 서로서로 짝을 지어서 금석에 앉고, 꽃나무에서 지저귀고, 날개를 문지르고, 모래를 끼얹고, 자신의 그림자를 물에 비추어 본다. 스스로자연의 모습으로 온화함을 즐기니 태평세월이 따로 없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웃음 속에 감춘 칼과 마음속에 품은 화살과 가슴속에 가득 찬 가시가 한순간에 사라짐을 느낀다. 항상 나의 뜻을 삼월의 복숭아꽃 물결처럼 하면 물고기의 활력과 새들의 자연스러움이 모나지 않은 온화한 마음을 갖도록 도와줄 것이다. -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