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넬의 눈에, 그 포즈는 이상하게도 친숙해 보였다. 석사 과정 학생인 그녀는 뿔매미의 친척뻘인 멸구류의 ‘진동을 통한 의사소통‘을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의 신호를 탐지하려고 할 때 몸을 앞으로 숙인채 발로 땅바닥을 내리누르곤 했다. 코끼리도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그들 중 하나가 이런 자세를 취할 때마다 다른 코끼리들이 멀리서곧 나타난 것은 분명 우연이 아니었다. 코끼리들은 발로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것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2002년 오코넬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기 위해 물웅덩이로 돌아왔다. 그녀는 이전에 사자들의 위협을 받는 지역에서 코끼리들의 경고음을 녹음한 적이 있었다. 원래 녹음한 소리는 가청음이었지만, 오코넬은 고주파 부분을 제거하고 땅에 묻힌 교반기를 통해 재생함으로써 지반진동 신호로 변환했다. 그러자 코끼리 떼 전체가 얼어붙는 게 아닌가! 그들은 침묵하고 경계하며 한데 뭉쳐 방어 대형을 갖추었다. 야간투시경을 통해 그들을 지켜본 오코넬은 흥분했다. "이 순간을 계획하고, 희망하고, 꿈꿔왔던 지난 세월들! 우리는 마침내 보여주고 있었다. 아주 ㅠ오래 전 나의 원래 예감이 사실이었음을. 그녀는 자신의 책 《코끼리의 은밀한 감각 The Elephants Secret Sense》에 이렇게 썼다. "코끼리들은 지반진동신호를 탐지해 응답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그녀는 실험을 반복했지만 이번에는 케냐에서 녹음된 케냐 코끼리들의 경고음을 추가했다. 그랬더니 에토샤코끼리들은 낯익은 경고음(에토샤 코끼리의 경고음)의 진동에 반응했지만, 낯선 경고음(케냐 코끼리의 경고음)의 진동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진동에만신경 쓰는 게 아니라, 진동의 원천(아는 코끼리 모르는 코끼리)까지도 구별하는 것으로 보인다. - P309
지구를 배회했던 코끼리의 친척뻘 되는 동물들(예: 매머드, 마스토돈)은 어땠을까? 오늘날의 회색곰보다 훨씬 컸던 짧은얼굴곰short faced bear(땅나무늘보 giant ground sloth), 자동차만 한 크기의 아르마딜로, 오늘날의 코뿔소보다 열 배나 무거웠던 뿔없는코뿔소hornless thinos는 어땠을까? 이러한 거대동물들은 모두 멸종했는데, 그 책임은 인간과 우리의 선사시대 친척들에게 있다. 우리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동안 가장 큰 동물들은 눈만 껌벅였고, 이런 상황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남아 있는 코끼리 종-아프리카 두 종, 아시아 한 종-은 모두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코끼리 다음으로 큰 육상동물들-흰코뿔소와 검은코뿔소, 기린, 하마-도 곤경에 처해 있다. 거대한 무리도 줄어들었다. 한때 3000만에서6000만 마리에 이르렀던 들소들이 수천 마리씩 무리 지어 북아메리카를 배회했지만, 유럽의 식민지 개척자들은 그들에게 의존하는 원주민들을 몰살하기 위해 그들을 학살했다. 이제 들소는 50만 마리만 남았고, 대부분 사유지에 국한되어 있다. 그 모든 발굽과 발이 사라진 지금, 땅이 얼마나 조용해졌는지 상상해보라. 한때 거인들의 발자국 소리가 천둥처럼 요란했던 여섯 개 대륙에는 이제 드문드문 웅웅거리는 소리만 울려 퍼진다. •••••• 자연적 진동 세계와의 직접적인 연결이 감소하는 동안 다른 진동풍경이 생겨났다. 현대의 휴대폰은 우리의 피부와 손끝에 대고 윙윙거리며 속보, 다가오는 사건, 사회적 관심사를 알려준다. 우리의 전자장비는 진동을 이용해 우리를 몸 너머의 세계와 연결하고, 우리의 환경세계를 해부학적 범위 너머로 확장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그 원조는 다른 동물 그룹이었다. - P310
거미는 거의 4억 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해왔고, 그동안 줄곧 거미줄을 생산해왔을 것이다. 거미줄은 공학의 경이로움으로, 가볍고 탄력성이 있지만 강철보다 강하고 케블라보다 질길 수 있다." 거미는 그것을이용해 알을 포장하고, 피난처를 만들고, 공중에 매달리고, 하늘로 날아오른다(더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설명한다). 거미줄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많은 종들이 만드는 동글납작한 형태의 거미줄 원형 거미줄이다. 원형 거미줄은 날아다니는 곤충을 낚아챈 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함정이다." 그것은 또한 감시 시스템으로, 거미의 감각 범위를 ‘몸이 닿을 수 있는 범위‘ 너머로 크게 확장시킨다. 게다가 거미의 몸은 수천 개의 틈새 감각기-모래전갈이 먹잇감의 진동 활동을 탐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진동 감지 균열로 뒤덮여 있다. 거미의 틈새 감각기는 관절 주위에도 집중되어 있으며, 그곳에서 무리를 지어 수금형 기관lyrifomorgan 을 형성한다. 이 절묘하게 민감한 기관을 사용해 모든 거미들은 자신들이 서 있는 표면-장소는 다양하다-을 통과하는 진동을 감지할 수 있다. 앞 장에서 소개한 떠돌이호랑거미에게 그 표면은 땅이고, 무당거미와 같은 거미줄 거미orb-weaver에게 그것은 거미줄이다. 무당거미는 진동을 감지하는 표면을 스스로 구성한다. 따라서 원형거미줄의 재료는 다른 기질이를테면 토양, 모래, 식물의 줄기-이 아니라 거미의 일부다. 그리고 거미줄은 거미의 감각계의 일부이며, 기능과 역할 면에서 그들의 몸에 있는 틈새 감각기에 비해 전혀 손색이없다. - P313
거미줄 거미는 자신만의 진동풍경을 구축할 뿐만 아니라, 마치 악기를 튜닝하는 것처럼 조정할 수도 있다. 조정의 범위는 엄청나다. 개별섬유에 가스총을 이용해 발사체를 발사한 후 고속 카메라와 레이저로 거미줄 가닥을 분석함으로써, 모티머는 "일부 거미줄이 알려진 어떤 물질보다도 넓은 범위의 속도로 진동을 전달할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론적으로 거미는 섬유의 경직도, 가닥의 장력, 거미줄 전체의 모양을 바꿈으로써 진동의 속도와 강도를 변경할 수 있다. 새로운 거미줄을 만들 때, 거미는 그때그때 다른 속도로 원사原絲를 뽑아내거나 다른 굵기의 섬유를 만들거나 새로운 가닥에 장력을 더함으로써 이 과제를 수행한다. 특정한 가닥을 추가, 제거 또는 견인함으로써 이미 완성된 거미줄을 조정할 수 있다. 습기 속에서 수축하는 원사의 자연적인 경향에 의존한 다음, 이렇게 조여진 가닥을 적당히 늘일 수도 있다. 거미줄거미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 시점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감각을 조정하고 필요에 따라 자신만의 환경세계를 정의할 수 있는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 P316
인간은 수평 방향에서 올빼미와 거의 비슷하지만, 수직 방향에서는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져 3~6도에 머문다. 그것은 우리의 양쪽 귀가 수평을 이루고 있어서, 소리가 위에서 나든 아래에서 나든 거의 동시에 두귀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빼미의 귀는 독특하게 비대칭적이어서, 왼쪽이 오른쪽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다.‘ 올빼미의 얼굴을 시계로생각하면, 왼쪽 귀는 2시에 열리고 오른쪽 귀는 8시에 열린다. 그러므로 소리가 위나 왼쪽에서 나면 ‘오른쪽 아래‘ 귀보다 ‘왼쪽 위 귀에 조금 더 빠르고 크게 들린다. 소리가 아래나 오른쪽에서 나면 그 반대다. 이러한 타이밍과 크기의 차이를 이용해, 올빼미의 뇌는 음원의 위치를 수직 방향과 수평 방향에서 모두 파악한다. 하이킹을 하다가 근처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소리의 방향을 대충 짐작한 후 고개를 돌려 그 원천을 정확히 확인한다. 그러나 우리의 머리 위 나무에 앉아 있는 올빼미는 귀만으로도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 P324
전통적인 오감 중에서, 청각은 촉각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것은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후자는 (단단하고 만질 수 있는) 표면과 관련 있는 데 반해, 전자는 (공기 중에 떠다니고 천상의 것처럼 보이는) 소리를 다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각과 촉각은 모두 기계적 감각으로, 동일한 수용체(구부러지거나 눌리거나 비틀릴 때 전기 신호를 보내는 수용체)를 이용해 외부 세계의 움직임을 탐지한다. 촉각의 경우, 이러한 움직임은 손가락 끝(또는 수염, 부리 끝, 아이머 기관)으로 표면을 누르거나 쓰다듬을 때 발생한다. 청각의 경우, 그런 움직임은 음파가 귀에 도달해 그 안의 작은 유모세포를 구부러뜨릴 때 발생한다. 그러나 촉각과 달리 청각은 장거리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시각과 달리 청각은 어둠 속에서, 그리고 단단하고 불투명한 장벽 앞에서도 기능을 발휘한다. 앞 장에서 살펴본 진동 감각과 달리 청각은 표면이 필요하지 않으며, 공기나 물처럼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매체를 경유해 작동할 수있다. 그리고 분자의 느린 확산에 의해 제한되는 후각과 달리 청각은 상당히 빨리 음속으로-작동한다. 어떤 감각들은 이러한 특징 중 몇 가지를 가지고 있지만, 청각은 그것들을 모두 겸비하기 때문에 일부 동물들은 청각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도 한다. 윌리엄 스테빈스William Stebbins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아름답게 요약했다. "소리가 다른 형태의 자극과 크게 다른 점은,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현재 진행되는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