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리를 쌌어."
"아, 그렇구나."내가 안심하며 말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엄마 머리를 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몸이 마구 떨렸다. 당시에 신호등이 어떤색깔이었는지도 정확히 기억난다. 순간적으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마치 난생처음 울어 보는 것처럼 눈물이 펑펑 흘렀다. 서럽게 신음하듯 무너져 울었다. 여태까지 살면서 울었던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울었다. 지금 울고 있는 내 자신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우는 나 자신을 보면 찰싹 등을 때리며 "이건 울 가치도 없는 일이야"라고 할 정도로 심하게 울었다. 내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카타르시스도 아니었다. 내 자신이 서러워서 우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고통을 내 몸이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나오는, 날것 그대로의 고통이 터져 나오는 거였다. 그 사람은 내 엄마였다. 내 동료였다.
나와 엄마는 늘 함께하며, 같이 세상에 맞서 왔다. 앤드루가 "엄마 머리를 쐈어"라고 했을 때 나는 둘로 쪼개졌다. - P405

"쉬." 엄마가 말했다. "울지 마라, 얘야. 쉬이이. 울지 마."
"어떻게 안 올 수가 있어요. 엄마? 엄만 거의 죽을 뻔했다고요."
"아니, 난 죽지 않았을 거야. 난 죽지 않았어. 괜찮다."
"하지만 전 엄마가 죽은 줄 알았다고요."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엄마를 잃게 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아니지, 얘야, 아가, 울지마, 트레버, 트레버, 내 말 들어. 내 말 들어라 들어."
"네?"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 아가, 넌 좋은 면을 볼 줄 알아야 해."
"뭐라고요? ‘좋은 면‘이라니 무슨 말이에요? 엄마, 엄마는 얼굴에 총을 맞았어요. 좋은 면 따위는 없다고요."
"당연히 있다. 이제는 네가 공식적으로 가족 중에서 제일 잘생긴 사람이 되었잖니."
엄마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흘러내리는 눈물 속에서 나도 따라 웃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데 동시에 미친사람처럼 웃음도 났다. 엄마는 내 손을 꼭 붙잡았고, 우리는 늘 그랬던것처럼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엄마와 아들이 중환자실의 고통 속에서 함께 웃고 있었다. 밝고 청명하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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