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 단-에릭 닐손Dan-Eric Nilson에 따르면, 눈은 네 단계를 거쳐진화하면서 복잡성이 점점 더 증가한다고 한다. 첫 번째 단계는 광수용체 세포인데, 광수용체의 역할은 빛의 존재를 탐지하는 데 국한된다.해파리의 친척인 히드라는 어둠 속에서 독침을 발사하기 위해 광수용체를 사용한다. 그들이 어둠을 선호하는 이유는, 먹잇감이 활발히 활동하는 밤이 됐거나 지나가는 표적의 그림자를 감지했을 때 독침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올리브바다뱀 olive sca snake은 꼬리 끝에 광수용체를 가지고 있는데, 그 용도는 동굴 속에 숨었을 때 꼬리가 빠져나가 포식자에게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문어, 오징어,
기타 두족류는 피부 전체에 광수용체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경이로운 변색變色 능력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 단계에서, 광수용체는 그늘 - 즉 특정 각도에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는 어두운 색소 또는 다른 장벽 - 을 얻는다. 그늘진 광수용체는 빛의 존재를 감지할 뿐만 아니라 방향도 추측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여전히 너무 단순해서 많은 과학자들에게 진정한 눈으로 여겨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유자에게는 유용하다. 또한 그것은 어디에나 나타날 수 있다. 일본산 호랑나비는 생식기에 광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수컷은 이 세포를 사용해 자신의 페니스를 암컷의 질 위로 인도하고, 암컷은 이 세포를 이용해 산란관을 식물의 표면 위에 위치시킨다.
닐손의 세 번째 단계에서, 그늘진 광수용체는 그룹으로 뭉친다. 그것들의 소유자는 이제 다양한 방향에서 온 빛에 대한 정보들을 엮어, 주변세계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많은 과학자들은 "빛탐지‘가 ‘실제 시각‘이 되고, ‘단순한 광수용체‘가 ‘진정한 눈‘이 되며, 동물이 진정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처음에는 시각이 흐릿하고거칠어, 피난처를 찾거나 어렴풋한 모양을 발견하는 것 같은 단순한 일에만 적합하다. 그러나 렌즈와 같은 초점 조정 요소가 추가됨에 따라 시야가 더욱 선명해지고, 환경세계는 풍부한 시각적 디테일로 채워진다.
고해상도 시각은 닐손의 네 번째 단계다. 처음 나타났을 때, 그것은 동물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화했을 것이다. 갈등과 구애는 촉각이나 미각이 허용하는 것보다 먼 거리에서, 그리고 후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었다. 포식자는 이제 멀리서도 먹이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맹렬한 추격전이 벌어졌다. 동물은 더 커지고 더 빨라지고 이동성이 향상되었다. 방어용 갑옷, 가시, 조개껍데기가 진화했다. 고해상도 시각의 등장은, 약 5억 4100만년 전 동물의 왕국이 극적으로 다양화되어 오늘날 존재하는 주요 그룹을 탄생시킨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진화적 혁신의 물결을 캄브리아기 폭발이라고 하며, 네 번째 단계의 눈은 이를 촉발한 불꽃 중 하나였을 수 있다. - P97

 다윈이 상상한 점진성은 실제로 존재한다. 동물들은 단순한 광수용체에서 예리한 눈에 이르기까지 생각할수 있는 모든 중간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동물 그룹의 경우, 옵신이라는 동일한 빌딩블록을 사용해 다양한 눈을 반복적 · 독립적으로진화시켰다. 해파리만 해도 두 번째 단계는 최소한 아홉 번, 세 번째 단계는 적어도 두 번 진화했다" 눈은 진화론에 큰 타격을 주기는커녕 가장 훌륭한 본보기 중 하나임이 입증되었다.
하지만 복잡한 눈을 ‘완전하다‘, 단순한 눈을 ‘불완전하다‘고 말한 다윈은 틀렸다. 네 번째 단계의 눈은 진화가 지향하던 플라톤적 이상이 아니다. 그것보다 앞선 ‘더 단순한 눈‘은 우리 주변에 여전히 버젓이 존재하며, 소유자의 욕구를 잘 충족한다. "눈은 ‘허접함‘에서 ‘완전함‘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닐손은 강조한다. "그것은 ‘몇 가지 간단한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에서 ‘많은 복잡한 작업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진화했다." 이 책의 서론에서 소개된 불가사리는 다섯 개의 팔 끝에 눈이 있다." 이 눈들은 색깔, 디테일, 신속한 움직임을 볼 수 없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불가사리가 안전한 산호초로 천천히 복귀할 수 있도록 큰 물체만 탐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불가사리에게는 독수리의 날카로운 눈이나 깡충거미의 눈이 필요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것을 볼 뿐이다.‘ 다른 동물의 환경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그 동물이 감각을 어디에 쓰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 P99

동물의 시력은 ‘1도당 주기 cycle per degree(cpd)로 측정된다. 행복한 우연의 일치로, 이 개념은 얼룩말의 줄무늬로 생각할 수 있다. 팔을 쭉 뻗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보라. 당신의 손톱은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360도 중 약 1도의 시각적 공간을 나타낸다. 당신은 그 손톱에 60~70쌍의 얇은 흑백 줄무늬를 그릴 수 있고, 여전히 그것들을 구별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시력은 1도당 60~70주기, 즉 60~70cpd다. 현재 최고기록은 호주의 쐐기꼬리수리wedge-tailed eagle가 보유한 138cpd다. 쐐기꼬리수리의 광수용체는 동물계에서 가장 좁은 축에 속하므로, 독수리의망막 안에 빽빽하게 채워질 수 있다. 이 날씬한 세포들 덕분에, 그들은우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픽셀을 가진 화면을 통해 세상을 효과적으로본다. 그들은 1.6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쥐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독수리를 비롯한 맹금류는 우리보다 더 날카로운 시각을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감각생물학자인 엘리너 케이브스Eleanor Caves는지금껏 수백 종의 시력 측정치를 비교해왔는데, 그중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좋은 거의 없다. 맹금류를 제외하고, 다른 영장류는 우리의 시력에 근접한다. 문어 (46cpd), 기린(27cpd), 말(25cpd), 치타(23cpd)의 시력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사자의 시력은 13cpd에 불과하며, 법적으로 시각장애인으로 간주되는 문턱값인 10cpd 바로 위에 있다. 모든 새(그리고 벌새와 올빼미 같은 놀라운 동물), 대부분의 물고기, 모든 곤충을 포함해 대부분의 동물들이 이 문턱값에 미달한다. 꿀벌의 시력은 1cpd에 불과하다. 당신이 뻗은 엄지손톱은 벌의 시각 세계에서 대략 1픽셀에 해당하며, 그 픽셀 안의 모든 세부사항은 뭉개져 균일한 얼룩으로 전락한다. 곤충의 약 98퍼센트는 훨씬 더 거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이상해요." 케이브스가 나에게 말한다. "우리는 모든 감각 양식에서 최고봉과 거리가 멀지만, 시각적인 예리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역설적으로 우리의 날카로운 시각은 다른 환경세계에 대한 우리의 평가를 흐리게 한다. 왜 그럴까? "우리는 우리가 어떤 것을 볼 수 있다면그들도 볼 수 있고 어떤 것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으면 그들의 관심도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라고 케이브스는 말한다. ‘그건 옳지 않아요" - P102

스파이저는 가리비의 시각이 우리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지모른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뇌는 두 눈에서 입력된 ‘중복된 정보‘를 결합해 하나의 장면을 완성한다. 가리비는 100개의 눈에 걸쳐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지만, 뇌가 얼마나 조잡한지를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 대신 각 눈은 단지 ‘움직이는 것이 탐지됐는지‘ 여부를 뇌에 알려줄 뿐이다. 가리비의 뇌를, 100개의 동작 감지 카메라에 연결된 100개의 모니터 뱅크를 지켜보는 경비원으로 생각해보자. 카메라가 뭔가를 탐지하면 경비원이 탐지견을 보내 조사한다. 이 시스템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카메라는 최첨단일 수 있지만, 포착된 영상은경비원에게 전송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비원이 모니터에서 보는 영상들은 하나같이, 뭔가를 발견한 카메라에 켜진 경고등일 뿐이다. 스파이저가 제시한 엽기적인 설정이 옳다면, 가리비의 개별적인 눈들이 양호한 공간 해상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동물 자체는 공간시각을 보유하지 않을 수 있다. 몸의 특정 영역에 있는 눈이 뭔가를 탐지했을 때, 그사실을 알고 있지만 해당 물체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뇌는 우리와 똑같은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장면 없는 영화‘를본다.
이러한 종류의 시각은 우리의 시각과는 거리가 멀며, 아마도 촉각에더 가까운 것 같다. 우리는 피부의 모든 부분으로 느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에 대한 촉각 장면tactile scene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뭔가가 우리를 찌를 때까지(또는 그 반대 경우에도) 그러한 감각을 대체로 무시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것을 느낄 때, 우리의 가장 흔한 반응은 돌아서서 그것을 살펴보는 것이다. 아마도 가리비에게는 후각(시각이 아님)이 세밀한 탐색 감각이고, 시각(촉각이 아님)은 조잡한 전신 탐지 감각인 것 같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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