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연구 결과들은 소셜 미디어 사용과 외로움의 연관성을 보여주었지만 거의 모든 연구에서 인과관계를 확인하기는 힘들었다. 다시 말해 외로운 사람이 소셜 미디어를 더 사용하는 걸까, 아니면 실제로 소셜 미디어가 외로움을 유발하는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최근 두 건의 획기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두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사용 습관을 단순히 보고할 것만을 요청받은 것이 아니라 습관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라는지시까지 받았다. 이러한 변화가 행동과 기분에 미치는 효과를 직접 관찰·비교해봐야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연구 결과는 큰 깨달음을 주었다. 한 연구에서는 페이스북·스냅챗·인스타그램 사용량을 플랫폼당 하루 10분으로 제한한 결과 외로움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후속 연구들의 표준이 된 또 다른 연구는 두 달간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이 연구에서 참가자 절반은 페이스북을 평소처럼 사용했고 나머지 절반(소위 ‘치료‘ 집단)은 페이스북 계정을 전부 비활성화했다. 연구 결과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한 집단은 전에 페이스북에 쓰던 시간을 다른 웹사이트에서쓰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인터넷 자체를 덜 사용했고 친구나 가족을 직접 만나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행복감은 더 크게, 삶에 대한 만족감도 더 크게, 불안감은 더 적게, 그리고 외로움은 그리 현저하게는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로 더 적게 느낀다고 응답했다. 주관적 웰빙을 증진시키는 문제에 관해서라면, 페이스북 삭제는 심리치료를 받는 것과 최고 40%까지 동일한 효과가 있었다 - P172

‘포모FOMO‘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피어 오브 미싱 아웃 Fear Of Missing Out‘의 약어로 당신은 혼자 집에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른 어딘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봐 걱정하며 느끼는 초조한 기분을 말한다. 하지만 클로디아의 이야기는 단언컨대 그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데가 있다. 자기를 제외한 모두가 친구인 세상에서 혼자만친구가 없는 것 같은 두려움이다. 이 현상이 곳곳에 만연하자 최근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연구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나는 이 현상을 ‘어 빌리프 댓 아더스 아 모어 포퓰러 A  Belief that Others are More Popular(남들이 더 인기 있다는 믿음)‘의 줄임말로 ‘봄프BOMP‘라고 부른다. 포모와 마찬가지로 봄프도 소셜 미디어로 인해 악화된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들이 굉장히 흔하게 경험하는 느낌이다.
봄프는 굉장히 괴로울 수 있고 나이와도 상관없다. 사회성이 뒤처진다거나 남들에게 따돌림당하는 기분이 결코 유쾌할 리 없다. 실제로 나는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다고 느끼는 성인을 수없이 많이 만났다. 클로디아의 홈커밍댄스 사건과 비슷한 사건을 성인 집단에서 겪은 탓이었다. 그들은 오랜 학교 친구들이 술자리에 자신을 부르지 않았다거나 가족 모임에 아무도 자기를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온라인에서 알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그런사실을 알 길이 없지만 오늘날에는 우리가 따돌림당한 사실이 실시간으로 총천연색으로, 필터와 렌즈와 음향효과까지 동원되어 우리에게 큰 타격을 입힌다. - P178

소셜 미디어에는 우리 시대의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또 다른 유해 요소가 있다. 우리의 사회적 지위를 공개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기가 없거나 또래 집단에게 거부당한 사실이 소셜 미디어에 공개된다. 아주 평범한 사교 모임조차 곧잘 인스타그램에서 기념되고스냅 스토리 Snap Story에 게시되기 때문에 우리의 부재는 쉽게 눈에 띈다. 이보다 더한 것은 ‘리트윗‘, ‘좋아요‘, ‘공유하기‘ 등 새로운 사회적유행 때문에 우리가 새로운 글을 게시하고도 남들에게 반응을 얻지못하면 단지 거절당했다거나 스스로 보잘것없다는 느낌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개적으로 거절당했다는 창피함마저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 P181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유해 콘텐츠를 스스로 규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소용이 없었고, 마크 저커버그도 이를 인정했다. 우리는 거대 기술기업이 스스로를 개혁하도록 강제할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혐오 콘텐츠를 신속히 제거하지 않았을 때 벌금이 부과되었지만, 거대 기술기업의 어마어마한 기록적 수익을 고려하면 액수가 너무 적어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중대한 위반을 범한 기업들은 총결산액에 영향을 줄 정도의 벌금이 부과되어야 한다.
어쩌면 마침내 변화가 임박했는지 모른다.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두 군데에서 51명이 사망한 총격 사건이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되었다. 이후 호주는 혐오. 폭력물 공유 금지법을 도입했다. 이 법으로 ‘혐오·폭력‘ 자료를 ‘신속히‘ 제거하지 않은 기업은 전 세계 총매출액의 최고 10%까지 벌금을 부과받게 되었다. 115 이 법은 극단적인 콘텐츠("살인이나 살인 미수, 테러 행위, 고문, 강간이나 납치)를 공유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은 플랫폼 기업에 부과되는 벌금의 규모를 고려할 때 실로 획기적이다.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임원은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있다.  - P193

온라인 예의를 지킬 기술적 해결책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자밀자키 교수의 제안처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조정해 분노가 아닌 친절을 보상하거나 "열린 자세와 긍정적인 태도가 담긴 게시글이 더 빨리 올라가도록" 조치할 수 있다. 최소한 분노와 울분이 담긴 게시물이 그렇게 빨리 맨 위로 올라가지는 않도록 알고리즘을 손볼 수는 있을 것이다. 아니면 타인을 괴롭히는 표현이나 악플을 올리기 전에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해달라고 이용자에게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이 부탁하면 어떨까? 인스타그램은 최근 몇몇 시장에서 이 방법을 시험해보고 있다.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이를테면 "넌 너무 못생겼고 바보 같아"이라고 인공지능이 인식하면 게시 전에 이용자에게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해보라는 내용의 팝업창을 띄우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기업들이 그동안 보여준 애매한 태도와 이일에 걸린 돈의 액수를 고려할 때 머리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칼(신하의 머리 위에 말총 한 가닥으로 칼을 매달아 권력자의 행운과위험은 한자리에 있다는 교훈을 준 디오니시오스 왕의 일화에서 온 표현 옮긴이) 같은 규제 없이 그들 스스로 충분한 조치를 취하리라고는 기대하출출을 지원기 어렵다. - P195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칸막이식 사무실에서 오픈플랜식사무실로 옮긴 직원들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를 추적 조사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오픈플랜식 사무실은 활기찬 면대면 협력과 심도 있는 관계를 촉진하기보다 오히려 "사교적으로 위축되는반응을 촉발하는 듯하다는 것이었다. 사무실을 옮긴 후에는 대화보다 이메일이나 메신저가 더 많이 이용됐다. 사람들의 위축된 반응은 부분적으로는 오픈플랜식 사무실이라면 당연히 따라오는 요소, 즉 과도한 소음이나 산만한 주변 환경, 반갑지 않은 방해 등에 대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설명될 수 있다. 우리는 도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보았다. 도시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과 어수선한 불협화음에 압도되어 우리 자신만의 고치 안으로 들어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곧 자기 자신을 돌보는 행동이기도 하다. 여러 연구에서 55데시벨 이상의 소음(크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정도)은 우리의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큰 스트레스를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픈플랜식 사무실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크게 말하기 때문에 소음 수준이 이보다 높을 때가 많다"
소음만이 문제가 아니다. 아마존 알렉사가 명령에 반응하려고 항상 대기 중이듯, 오픈플랜식 사무실에서 우리의 뇌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누군가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옆 책상에서의 대화, 전화벨 소리 등 우리의 뇌는 주변의 소음을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다.주변의 모든 소리를 듣는 동시에 무시해야 하기 때문에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과제를 마치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 P204

우리가 직장 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데에는 물리적 환경이나 기업 문화,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우리 대다수가 일터에서 외로운 이유는 일터 밖에서 외롭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 기분을 집에 떼어두고 일터에 출근하지 않으니까. 문제는 우리가 그토록 외로운이유 가운데 하나가 너무 많은 시간 일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악순환이다.
전체 인구를 놓고 봤을 때 오늘날 평균 노동시간은 대다수 지역에서 몇십 년 전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특정 집단의 노동시간은 현저히 증가했다. 대개 대졸 학력의 전문 인력이 여기 해당한다.
이 집단의 경우 거의 모든 서유럽 국가에서 1990년대 이래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주당 50시간 이상)이 현저히 증가했다. 영국에서는가장 오래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다. 일본에서는너무나 많은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말 그대로 죽도록 일하고 있어서이러한 현상을 일컫는 ‘카로시즌(과로사)‘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한편 중국에서는 특히 금융, 기술, 전자상거래 전문 인력들 사이에서오전 9시 출근과 저녁 9시 퇴근에 주 6일 근무가 흔해서 이것을 ‘996‘이라고 일컫는다.
장시간 노동을 하는 이유는 대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다. 오늘날 중산층 생활비가 20년 전보다 현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장시간 일하고 동시에 여러 개 직업을 갖는 것"이 직업인들 사이에서 갈수록 흔한 일이 되고 있다.  - P224

이유야 어찌 됐든 결론적으로 우리 대다수는 다음 날 다시 출근할 때까지 미뤄둘 수 있는데도 가족과의 시간에, 자녀의 학예회에서, 심지어 늦은 밤 침대에서조차 상사와 의뢰인과 동료에게 답장을 쓴다. 이렇게 가족이나 친구와의 소중한 시간이 엉망이 되면 우리는 일에서뿐만 아니라 사생활에서까지 더 단절되는데도 그렇다. 관계를 돌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돌봄은 대충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앞서 살펴봤듯이 공동체에 소속된느낌을 받으려면 먼저 공동체에 활발히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서나 가능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21세기 노동 환경과 결합된 지금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깨닫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 P2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