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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에는 17년째 가시가 걸려 있다. 모두가 그럴리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느껴진다. 하얗고 긴 가시. 그것은 기도로 넘어가기 직전의 통로에 단단히 박혀 있다.
열세 살 때였다. 우리 가족은 해안가에 위치한 소도시에 살았다. 근처에 사는 이모는 수산물 시장에서 물횟집을 했는데, 뱃일을 하는 사람들이 한 끼를때우기 위해 종종 찾는 곳이었다. 주말이면 우리 가족은 자주 이모의 가게에 모여 식사를 했다.
밤이 되면 음울해지는 시장의 서늘한 공기와 묵은 비린내, 검다 못해 우주처럼 느껴지는 바다를 지금도 기억한다. 어항에 가까운 작은 수족관에는 그날 팔고 남은 해산물들이 아직 살아 헤엄치고 있었는데, 그들은 꼭 제 죽음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무기력해 보였다. - P7
생에 대한 미련과 분노를 드러내지 않으면 견딜수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 아직 하천을 오가는 이들이 남아 있을 적의 이야기였다. 가끔 들르는 낚시꾼, 은밀한 곳을 찾아 흘러온 연인들, 어른들 말을어기고 싶어서 안달 난 어린애들. 물은 그런 이들을 자주 골탕 먹였다.
눈만 빼꼼 내민 채로 다가가거나, 안개 낀 날 고요한 표면 위로 희끄무레한 손목을 흔든다거나, 물장구치는 이들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면서. 사람들은 매번 놀라 도망갔다. 헐레벌떡 멀어지는 뒷모습을 볼 때면 증오와 부러움, 그 두 감정이 함께 찾아왔다. 자신의 영역에 멋대로 침입한 이들을 쫓아내고 싶다가도 발목을 붙잡고 가지 말라 외치고 싶었다. 장난은 짧았지만 외로움은 길었으니까. - P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