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등에 내 가슴을 밀착하고 그에게 기댄 채 몸을 둥글게 말면 우리의 숨소리는 하나가 되고 우리 발은 뒤엉킨다. 이것이 5,000번의 밤이 넘도록 그와 내가 함께 잠들어온 방식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각자 다른 방에서 자고, 낮에는 2미터 간격을 유지하려 지그재그 춤을 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나누던 포옹, 쓰다듬기, 입맞춤 같은 짧은 애정표현은 이제 금지되고 ‘내게서 떨어져‘가 새로운 사랑의 언어가 되었다. 끊이지 않는 기침에 아프고 힘든 상태가 계속되자 나는 남편에게 가까이 갔다가 혹시 그까지 감염시킬까 잔뜩 겁이 난다. 그래서 나는 남편과 거리를 유지한다. 오늘은 2020년 3월 31일,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다른25억 명처럼 우리도 집이 봉쇄 상태다이토록 많은 사람이 집에만 묶여 원격 근무를 하는 처지(그러니까여전히 직장이 있다면)에 친구나 다른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닐 수도 없고, 하루 한 번이라도 바깥에 겨우 나가본들 ‘사회적 거리두기‘와 ‘검역‘과 ‘자가격리‘를 준수해야 하니 적이 외롭고 고독한 기분이밀려드는 걸 피할 수 없다. - P11
지금 사이토 씨는 여성 재소자 시설인 도치기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교도소를 선택한 수많은 일본 노인 가운데한 명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65세 이상 노령층의 범죄 건수가 4배로 급증했다. 15 이들은 5년 내에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70%다. 도치기 교도소 소장 준코 아게노는 이런 현상을 불러온 핵심 요인이 외로움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교도소 소장으로 일하면서 그런 확신을 갖게 되었다." 고령 수감자가 증가하는 현상을 연구한 류코쿠대 교수 고이치 하마이도 여기에 동의한다. 하마이는 상당수의 노령여성이 사회적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옥을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매장에서의 소소한 절도 행위 같은 경범죄 (감옥에 가는 것이 목적일 때 저지르기 가장 쉬운 범죄다)로 수감된 재소자의 40%가 가족과 거의대화하지 않거나 가족이 아예 없다. 최근 몇 년간 절도 행위로 수감된노인의 절반이 수감 전까지 혼자 살았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들 가운데 다수가 감옥을 "집에서는 찾지 못하는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묘사한다. 어느 80대 재소자의 말처럼 감옥은 "항상 주변에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은 곳이었다. 18 동료 여성 재소자인 78세의 씨는 감옥을 이야기 나눌 사람이 많은", "오아시스"로 묘사했다. 그들에게 감옥은 친구뿐만 아니라 도움과 돌봄까지 제공되는 안식처였다. 노년층은 우리 가운데 가장 외로운 사람들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집단이다. 실제로 이 집단은 평균보다 더 외롭다. - P17
특히 심각한 것은 이 문제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과소평가되기 쉽다는 점이다. 부분적으로 이는 외로움에 따라붙는 사회적 낙인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외로움을 인정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한다. 일터에서 외롭다고 느끼는 영국 직장인의 3분의 1은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적이 없다. 일부 사람들은 자기가 외롭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조차 인정하기 힘겨워한다. 외로움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일체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요인에 의한 결과라기보다 개인적인 실패를 암시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로움이 과소평가되는 진짜 이유는 그 정의에 있다. 외로움은 혼자 있는 것과 동의어가 아닐뿐더러 (주변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외로울 수 있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외로움의 정의는 지나치게 협소하다. 우리가 21세기에 경험하고 있는 외로움은 전통적인 외로움의 정의보다 훨씬 범위가 넓다. - P19
물론 공동체를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정의상 공동체는 배타적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편협하고 외부인에게 적대적이다. 다름이나 반항을 허용하지 않을 때도 많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대해서, 전통적이지 않은 가족 구조에 대해서, 대안적인 신념이나 생활 방식에 대해서 그럴 수 있다. 가령 하레디 공동체와 제7일안식일예수재림교인의 경우 공동체의 규범을 준수하지 않는 구성원은 처벌이 잔인하다는 것을, 또 그만큼 신속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공동체는 폐쇄된 집단 내에 머무르는 이들에게만큼은 확실한 건강상의 이점을 준다. 그 원천은 일단 공동체가 제공하는 실질적인 지원이기도 하고 누군가가 내 뒤를 지켜봐주고 있음을 아는데에서 오는 안도감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뿌리 깊은 진화적 과거에서 기원하는 한층 더 근본적인 어떤 것이기도 하다. 바로 우리 인간은 혼자 있지 않도록 구조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 P46
"신체를 돌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보는 것 역시 자신을 돌보는 한 가지 형태입니다. 저는 이것이 아주 놀라운 발견이라고 봅니다. " 물론 빈약한 인간관계와 외로움은 다르다. 그리고 앞서 강조했듯 외로움은 단지 우리가 다른 개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정도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집단, 즉 제도와 사회 전체에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정도에도 영향받는다. 거기에다 수백 건의 의학 연구를 통해, 공동체 그리고 연결된 느낌은 건강상 이점을 제공하지만 외로움은 가장 좁게 정의되었을 때조차 위험한 대가를 요구한다는점이 밝혀졌다. 그러므로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외로움은 우리의 신체적 건강을 쇠퇴시키는 우리 삶의 수많은 스트레스 원인 가운데 하나일 뿐일까, 아니면 외로움에 의한 스트레스에는 장기적으로 중대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 걸까? 답은 둘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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