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관의 도시에서조차 10보다 큰 수가 존재한다고말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 도시의 담벼락에는<모두가 10의 그늘 속에서 평등하다>라든가 <파르밀의 이단자들을 처단하자>라는 구호가 곳곳에 적혀 있었다.
파르밀은 마치 어떤 역병이 돌고 있어서 다른 나라들로부터 격리되기라도 한 것처럼 완전히 고립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하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파르밀은 지식이라는 전염병을 퍼뜨리는 몹쓸 도시였을 것이다.
아무도 이 도시 국가를 지원하지 않았다. 그래도 파르밀은 존재하고 있었고, 그럼으로써 수에 관한 지식의 불씨도 꺼지지 않고 있었다. 비록 그 불씨를 간직하고 있는 파르밀 백성들의 수가갈수록 줄어들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중에 뱅상은 파르밀의 어느 거리에서 어떤 광신적인 <10의수호자에게 암살당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이 흘러 그가 호호백발의 노인이 된 뒤의 일이었다.
그는 화살을 맞고 쓰러지면서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한 싸움에서는 천장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바닥이 무너져 내리지 않게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 P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