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망설였다. 내 왼손을 벌해야 하는 걸까? 놈의손톱을 피가 나도록 물어뜯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
나는 놈과 놈의 다섯 손가락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멋진 손이있다. 따지고 보면 손이란 아주 대단한 것이다. 집게 대용이 될수도 있고, 용기나 도마 구실을 할 수도 있다. 갈래진 손가락들은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으며, 끝의 위쪽 부분이 단단한 손톱으로덮여 있어서 무엇을 긁을 수도 있고 섬유질을 함유한 물질들을 자를 수도 있다. 내 양손 덕분에 나는 수사 보고서를 아주 빠르게타자하고 갖가지 놀이를 할 수 있었으며, 몸을 씻고 책장을 넘기고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었다. 나는 양손의 덕을 많이 보았다.우리는 어떤 것이 없어서 아쉬움을 느낄 때라야 비로소 그것이 둘도 없이 소중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내 손은 기계공학의 관점에서 보아도 대단히 경이롭다. 아무리 정교한 로봇이 발명된다 해도 손에 필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에겐 두 손이 다 필요하다. 반란을 일으킨 왼손까지도 말이다.
나는 내 왼손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미우나 고우나 이 손은 지난 세월 동안 나에게 대단히 유용했고 앞으로도 여전히 쓸모가 많을 것이었다. 또한 이 손이 자율을 원한다고 해서 그게 꼭 나에게 해롭다고 볼 수는 없을 듯했다. 내생각을 보완하는 또 다른 의견이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 나쁠 것도 없었다. 결국 나는 내 왼손과 협력 계약을 맺기로 결심했다. -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