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누리는 이점을 남들도 누리게 하겠다는 것이 공통의 도덕적 목표이기는 해도, PEN이 전 세계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만은 아니다. 미국 시인 에마 래저러스는 <우리가 모두 자유로워질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는 인간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태도가 담겨 있으며, 바로 이것이 기자로서 내 목적의식이다. 여러분도이 책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목소리가 틀어막히는 것은 그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무언가를 빼앗은 것이고, 우리가 다 함께 의지하는 집단 지성을 훼손한 것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는 1997년 미국인에게 <당신들의 자유로 우리의 자유를 촉진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우리의 자유는 다른 모든 이들의 자유에 달려 있다. PEN이미국과 해외에서 최대한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싸우는 것은 서로 별개인 두 사업이 아니다. 이것은 공개적 의견 교환이라는 하나의 캠페인이다. - P62
내가 리비아에서 만난 사람들 중 기본적으로 친미주의자인 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공부한 이들이었고, 격렬한 반미주의자들은 모두 그렇지 않은 이들이었다. 내 말은 미국이 아이오와 주립 대학이나 UCLA의 요청을 받아들여서 학생 비자를 마구 내주면 세상의 문제를 다 풀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누구든 가보지 못한 장소를 사랑하기란 어렵다는 뜻이다. <요주의 국가> 사람들의 방문을 포괄적으로 몽땅 금하는 정책은 미국에게 우호적인 말을 해줄 수 있을만한 사람들이 미국에 「베이워치」 외에 무슨 장점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결국에는 안보에 해가 된다. - P64
우리가 타자를 격리하면 그들은 우리에 대해 무지를 기르고, 무지는 금세 위험해진다. 마찬가지로 우리 내부에서도 위험한 증오가 싹튼다. 이 책의 핵심 명제는, 세계화된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우리 자신을 빈틈없이 둘러싸서 막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궁극에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성경은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외국인 혐오 정서가 맨 먼저 망가뜨리는 것이 바로 그 구하는 행위다. 고립주의자들의 몽상과는달리, 우리는 경비가 튼튼하고 멋진 궁전에 자신을 격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곪아가는 감옥에 가두는 것뿐이다. - P65
이웃을 사랑하기란 어렵고, 적을 사랑하기란 더 어려우며, 후자는 실제로 가끔 부주의한 판단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비슷한 사람들끼리 무리 짓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도 굳이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은 생태적 필요일 수도 있고, 사회적 의무일 수도 있고, 갈수록 좁아지는 세계의 불가피한 성질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사람들 간의 모든 차이를 무시하는 것은 늘 역효과를 낳는다. 진보주의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여러 신뢰할 만한연구에 따르면 인종에 관한 말을 전혀 들은 적 없는 아이들일수록 피부색에 따라 무리를 짓고, 거꾸로 차이를 충분히 학습한 아이들일수록 더 기꺼이 섞인다고 한다. 인간은 자신과 다른 특성을 가진 타인과 자신을 대비시킴으로써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존재다. 다른 나라들이 없다면, 미국도 없다. 다른 나라들을 몽땅 탈신비화할 수 있다면, 우리가 아는 미국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권을 기준으로 무리 지으면서도 국가 간에 친절하도록 애쓸 수 있고, 마셜 플랜이 최소한 드레스덴 공습만큼 효과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으며, 우리가 누리는 이점을 갖지 못한 이들을 우리와 동등하게 지지할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적을 파악해야하는 시급한 필요성과 새 적을 만드는 끔찍한 어리석음을 충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다. - P67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가보고 싶던 곳으로 가는 여행이든 그리운집으로 돌아가는 여행이든, 그저 출발 자체가 나를 슬프게 만든다는 것을 여행은 삶을 더 강렬하게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죽음을 환기시킨다. 내가 이륙할 때 초조해지는 것은 기압 탓도, 비행기가 추락할까 봐 걱정되어서도 아니다. 나 자신이 꼭 녹아 없어질 것처럼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릴 때 나는 용기보다 안락을, 안락보다 안전을 우선하라고 배웠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그 위계를 뒤집으려고애쓰며 살았다. 릴케는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연습할 것은하나뿐, 서로를 놓아주는 것이다. 서로를 붙잡는 것은 쉽게 되는 일이니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비행기가 구름 위로 오를 때, 나는 내가 떠나온 곳이나 방문했던 곳을 놓아주는 연습을 한다. 곧 어딘가에 도착하리라는 생각으로 출발을 견디지만, 분리는 잠깐이나마 늘 나를 회한에 빠뜨린다. 그러나 그런 슬픔 속에서도 안다. 내가 거듭 밖으로 나가 본 뒤에야 집을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때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서야 밖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었다는 것을. 적어도 내게, 작별은 친밀함의 필수 조건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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