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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다시 맨덜리로 가는 꿈을 꾸었다. 저택으로 이어지는 길입구의 철문 앞에 섰지만 굳게 닫힌 탓에 들어갈 수 없었다. 철문에는 쇠사슬이 가로걸리고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문지기를 소리쳐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녹슨 철문 틈새로 들여다보니 문지기 집은 오랫동안 버려졌던 듯한 모습이었다. 굴뚝에서 연기도 나오지 않았고 작은 격자창은 깨어져 쓸쓸히 입을 벌리고 있었다. - P5

달콤한 시럽이 뚝뚝 듣는 핫케이크가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다. 바삭한 토스트, 갓 구워내 뜨거운 스콘, 속에 뭘 넣었는지 알 수없지만 맛이 좋았던 샌드위치, 그리고 아주 특별했던 생강 빵도 떠오른다. 입에서 녹아버리는 카스텔라, 과일 사탕절임과 건포도가터질 듯 가득 든 빵도 생각난다. 굶주린 가족이 한 주 내내 먹을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음식이었다. 결국 남은 음식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때로 그 낭비가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남은 음식의 행방에 대해 댄버스 부인에게 감히 묻지는못했다. 그랬다면 아마 비웃는 듯 차가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오만한 미소와 함께 "돌아가신 드윈터 부인께서는 그깟 일에 신경쓰지 않으셨지요"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을까. 댄버스 부인이라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파벨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제일 처음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은 댄버스 부인의 얼굴 표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난 본능적으로 레베카와 비교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그림자가 우리 사이에 드리워졌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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