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미국 국민은 자국군의 드론이 정찰하는 지역의 민간인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접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에 관한 정보도찾으려고만 하면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가령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의 글로벌 정의 연구소(Global Justice Clinic와 스탠퍼드대학교 국제 인권 및 갈등해결 연구소가 2012년에 발표한 보고서 <드론 밑에서 살아간다는 것uring Under Drones)mes>은 미군이 파키스탄에서 수행한 드론 공습의 증인과 생존자 130여 명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그중에는 칼릴 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소도시 다타켈에서 드론이반군 집회로 의심된 무리에 미사일을 떨어뜨렸을 때 칸은 현장으로 달려가 그날 내내 "조각난 시체를 모아 관에 넣었고, 마을 사람들은 수십 개의 관을 거리로 운구했다고 연구진에게 말했다. 그집회는 광산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소집한 부족 장로들의 모임이었다. 한 시골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저들이 늘 우리를 감시하고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합니다." 끊임없이 윙윙거리며 머리 위를 맴도는 눈 없는 비행기는 "감정적 쇠약, 드론이 머리 위에 나타나기만 해도 건물 안으로 달려 들어가거나 숨는 행동, 기절, 악몽을 비롯한 침투적 사고, 큰 소음에 과도하게 놀라는 반응을 일으켰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겁이 나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했다." 마음만 먹으면 이런 보고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그럴 마음을 먹지 않을 뿐이다. 펜타곤을 촬영한 패글런의 "검은 세계" 연작 사진집 《보이지 않는 Invisible》에 리베카 솔닛RebeccaSolnit의 글이 실렸다. "패글런이 묘사한 지도 위의 빈 점들은 마음속의 빈 점들, 그리고 공적 대화 속의 빈 점들과 동류다." 헤더 라인보의 <가디언> 사설에 쏟아진 반응을 보건대, 이 점들이 계속비어 있는 이유는 정부의 비밀주의 때문이라기보다는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이 자세한 것까지는 알아내지 않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둠 속에 남아 있기를 원한다." - P266
문제의 일자리가 미국 본토인에게 실제로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 다만 어느 정도는 이주민 때문에 본토인에겐 매력이 떨어지는 일자리가 된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앨버트빌에서든 다른 어디에서든 닭고기 공장 일은 ‘이주민 노동‘이 되었고, 그 결과 이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의 임금과 협상력에 이주노동자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여 일의 위상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팻이 일하는 정육공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 공장에는 노동조합이 있었지만 앨라배마주는 노동조합 의무 가입이 금지된 주이기에 신규 채용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었고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자한때 94퍼센트에 달했던 노조 가입률이 40퍼센트로 떨어졌다. 그와 함께 팻의 소득도 줄었다. - P283
이 역학에 주목한 경제학자 필립 마틴Philip Martin은 채소 수확, 호텔 객실 청소 같은 틈새 노동시장에 이주민이 진입하면 그러잖아도 힘든 노동이 더욱 힘들어지고 본토인에겐 더더욱 매력 없는노동, 더티 워크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주자를 고용할 수 있는 한 고용주는 더러운 일을 개선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그리하여 미국인은 더러운 일에 점점 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고분고분한 외국인에게 대체될까 두려워하는 본토박이 저숙련 노동자들의 계급 불안과 인종차별이 뒤섞여, 이주민들은 사회적 더러움을 획득한다(팻은 "그들 때문에 우리 모두가 쫓겨날 거라고 생각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 P284
닭고기 정육산업이 고수익 사업으로 급성장한1990년대에는 흑인과 라틴계 주민이 정육공장에서 일했다(2020년기준으로 닭고기와 달걀은 미시시피주의 가장 중요한 농산물로, 총 매출액이28억 달러에 달했다). 스튀시는 그 수익이 노동자에게 거의 분배되지않는다는 점에서 닭고기 정육산업을 "대농장식 자본주의 Plantationcapitalisa" 시스템으로 규정했다. 이 개념은 노동자의 인간성을 박탈하는 환경에서 주로 소수인종이 일하고, 기업의 소유주와 임원은 거의 대부분 백인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과거 대농장에서와 똑같이 가금류 정육공장에서는 관리자가 전권을 휘두르며 일선노동자를 가혹하게 취급한다. 고된 노동으로 물리적 상처뿐만 아니라 감정적 상처도 남는다는 것까지 과거 대농장에서와 똑같다. 도축 노동은 "몸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유발한다. 관리자의 만성적인 홀대는 노동자의 존엄성, 자존심, 정의감을 위협하기에 정신을 다치게 한다."18노예제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라면 ‘대농장식‘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브라이언의 도축 노동자를만나 그들이 겪은 모욕에 대해 들으면서 그 용어를 거듭 떠올릴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없는 건 채찍뿐이에요." 레지나는 이렇게말하며 관리자들이 그를 무자비하게 채근할 때 그러듯이 손가락을 튕겨 보였다. - P296
한편으로는 미투 운동이 부딪힌 장벽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변호사를 통해 가해자를고소하는 일은 보복과 공적 모욕이 뒤따를 수 있기에 할리우드의 여성 배우나 여성 뉴스 앵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물며 약간의 불만을 표출하기만 해도 보복당할 수 있는 라틴계 이주노동자에게 그런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회사 측의 보복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법률가들의 발표에 이은 토론 시간에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노동자는 관리자의 상습적인 성폭력을 상부에 보고 한 여성의 이야기를 전했다. 피해자의 남편은 그 사실을 알고 격분했는데, 분노의 대상은 가해자인 관리자가 아니라 자신의 아내였다. 정육공장 내 젠더 역학은 노동자 가정 내 젠더 역학을 너무도 여실히 반영했다. 여성 노동자가 기댈 수 있는 안전한 장소는 거의없었다. - P308
그들은 아무리 중요한 일을 해도 자신의 주제를 알게 된다. 이처럼 미국 사회는 멕시코계 이주민을 더러운 존재로 분류함으로써 이들이 사회질서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가상의 위협을 중화한다고 몬테자노는 말한다. 그의 분석은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Hary Daugins의 연구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더글러스는 그의 권위서《순수와 위험Purity and Danger》 (1966)에서 오물을 "제자리에서 벗어난" 것으로 정의했다. "오물은 본질적으로 더러워서가 아니라 사회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양식이나 전제와 조화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혐오스럽게 여겨진다. "오물은 질서를 거스른다." 그래서 위험하다. 그런데 무언가를 더러운 것으로 분류하는 일은 더럽지 않은 것,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을 분리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물이 있는 곳에 체계가 존재한다. 질서가 부적절한 요소의 거부와 관련되는 한, 오물은 사물의 체계적 질서화 및 분류의 부산물이다." 부적절한 요소는 쓰레기, 배설물 같은 무생물일 수도 있지만 사람일 수도 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사람",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순수한 위치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접촉을 피하는 이를 더글러스는 "오염하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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