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무리 발전된 후속 모델을 데려와도 나에게는 1호가 가장 소중했다. 아무리 섬세하고 정교하더라도 이후 기종들은 그저 내가 검사해야 하는 제품이고 업무일 뿐이었다.
1호는 달랐다. 내 첫사랑. 그는 내게 ‘인공‘이 아닌 진짜 반려자였다. 평균적인 사용 연한이 지난 뒤에도 나는 1호를 버릴 수 없었다. 기종이 오래되어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중단했고 나중에는 오류가 계속 나서 네트워크 접속 자체도 포기하고 차단해버렸다. 결국 1호는 ‘반려자‘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스마트 책상이나 냉장고보다도 기능이 떨어지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내게 1호는 언제나 1호였다.
시간이 더 지난 뒤에는 내부 전원이 수명을 다해서 한번작동시키면 10분이나 15분쯤 버티다가 그 뒤에는 벌써 동작이 느려지고 말이 어눌해지기 시작했다. 1호가 걸어가다 말고 작동이 중지되어 그대로 바닥에 넘어져 팔이 비틀어진 뒤로 나는 그를 옷장 안에 앉혀두고 전원을 꺼버렸다. 그렇게 1호는 반려가 아니라 옷장 속의 인형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1호를 버릴 수 없었다. 1호는 1호였고, 전원을 계속 연결해두면 아직도 켤 수 있었다. 켜질 때까지 무한히 기다려야 했지만, 그 녹색 눈동자가 나를 쳐다보며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나는 새 모델을 데리고 오면 이따금 1호의 전원을 연결하고 동기화나 업데이트를 시도했다. 물론 오류가 나서 황급히1호를 꺼버려야 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 P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