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에게 라파스란 대부분 빛과 냄새로 남아 있다.
햇빛은 바다와 고래 등에서 튕겨 나와, 청새치와 파도와 모래위에서 반짝였다. 헐벗은 뾰족한 바위와 은은한 사막을 스치고지난 그 햇빛은 홍수처럼 이 땅을 가득 채웠다. 노랗고, 파랗고, 투명하고, 하얗고, 사방이 진동하고, 솔직하고도 무뚝뚝하게, 있는 그대로를 드러냈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 꽃들이 꼭 플라스틱같았다. 빛, 억수처럼 내리쬐었지.
엔젤은 비 오는 날도 무척 좋아했다. 비가 오면 그림자가 모퉁이와 골목길을 따라 신비한 길을 내었다. 그리고 모두는 황혼을 사랑했다. 빛이 정신을 잃고 언덕을 지나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모습. 붉은 태양은 점점 더 빨개지고 주홍빛으로 변하다 마침내는 초록빛이 되어갔다. 하늘은 용암이 검은 바위를 먹어치워 불타오르는 거대한 잇자국을 내듯 녹아내렸다. 때로는 온 도시가 멈추어 서서 서쪽을 바라보았다. 가게 주인들은 안에서 나와거리에 섰다. 가족들은 집에 누워 있던 병자들을 침상이나 휠체어에 태워서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러면 그들은 하늘을 집어삼키고 있는 그 광기에 굽은 손을 흔들어 보이는 것이다. 갈매기떼와 펠리컨의 소용돌이가 하늘에 폭동을 일으키며 떠다니는 모습은 마치 하느님이 손수 뿌리는 꽃가루 눈송이 같았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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