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날에는 군복을 입어야 했다. 엄마들은 언제나 군복이 빳빳하고 말끔하기를 바랐다. 그는 군복 재킷과 바지, 셔츠와 모자까지 모두 깨끗하고 빳빳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검은 군화는 어두운 거울처럼 빛났다. 과일 샐러드처럼 알록달록한 리본과 메달들은 조르르 열을 지어 단정하게 달려 있었다. 그 열에는 빈자리가 있었는데, 거기 달렸던 퍼플 하트 훈장‘을 떼어다가 아버지에게 달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도 다리를 약간 절지만,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마법의 약을 먹었으니까. 될 수 있는 한 그 생각은 안 하고 살았다. 흉터는 동양풍 용 문신을 새겨 전부 덮었다. 용의 꼬리가 감겨 있는 발목은 아직도 걸을 때면 시리얼처럼 바삭거리며 부서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별거 아닌 일이니까. 우리또래는 저마다 비밀이 있는 법 아니던가. 비밀이랄 게 없는 옛날사람들이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알고 보면 노인에게도 비밀이있을지 모르지. 그에게는 아이도 있었다. 히오와 마이라였다. 자식들에게 약한 소리를 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 P29

대단하신 엄마, 엄마는 슬리퍼를 들고서 법과 질서를 정했다. 그놈의 슬리퍼. 히스패닉계 애들은 모두 슬리퍼를 무서워했다. 수백만 명의 멕시코 엄마들은 성질이 나면 퉁방울 같은 눈을 부라리며 애들이 비명을 지르도록 팬다. 한쪽 팔로 애들을 잡고서다른 팔로는 볼기짝을 갈겨대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애들은 어떻게든 도망치려 하지만 엄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빙글빙글 맴돌며 춤을 추는 꼴이 된다. 엄마들은 볼기짝을 갈겨댈때마다 설교하듯 격식 있는 존댓말을 내뱉었다. "그대는 여기 대장이 누군지 알게 될 거예요!" 노부인들에게 볼기를 맞으면 모두 "그대"란 존댓말을 듣게 된다. 그러다 불쌍한 애들이 탈출이라도하면, 엄마들은 유도 미사일을 쏘듯 슬리퍼를 던져서 애 뒤통수를 정확히 맞히는 것이다.
"훈련소 조교보다 더 심하고말고."
그는 옛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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