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금요일 밤 시간대의 전철이란 으레 그렇다. 밀착을 넘어 연체동물의 빨판처럼 서로에게 흡착되다시피 한 생면부지의 몸사이에 종잇장만 한 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누군가 입을 열거나 숨을 쉴 때마다 머리 위로 끼얹어지는 고기 누린내와 마늘 냄새 문뱃내에 들숨을 참더라도, 그 냄새가 닷새간의 노동이 끝났음을 알려주기에 안도하는 시간. 과연 내년에도 혹은 다음 달에도, 심지어 당장 다음주에도 이 시간에 전차를 탈 수 있을지에 대한 실존의 불안을 잠깐이나마 접어두는 시간. 다음 역 문이 열리고 쏟아지는 한 무더기의 노동자들-그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피로와 고뇌와 얼른 귀가하여 젖은 휴지 같은 몸을 매트리스에 부려놓고 싶다는 갈망 사이로 그녀가 들어선다. - P7
복잡한 장소에서 일 마치고 코너를 돌 때는••••••.
속도를 줄이거나 벽쪽에 붙지 말고 바깥으로 원을 넉넉하게 그리라고 했지. 마주 오던 사람이랑 부딪혀 갖고 있던걸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어쩔 거야. 여기 증거물 있으니다 가져가세요 하게?
그렇게 말하던 이의 표정을 바로 어제인 양 떠올리며 그녀는 집에 닿는 가능한 한 복잡한 경로를 머릿속에 그린다.
이대로 나가 한 블록 걸어가면 버스 정류장이 나올 테고 거기서 아무 번호나 잡아탄 다음 이곳으로부터 최대한 멀리떨어진 또 다른 노선의 전철역에 내려 굳이 먼 길을 돌아가리라, 최대한의 궤적을 그리며 잔손금과도 같이 펼쳐진 길을 돌아가리라, 몸이 허락하는 한 그녀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출구를 향해 간다. 머리 위로 드리워진 지상의 찬란한 어둠을 향해 나아간다. -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