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은 여전히 의료계와 치료 단체에 의존한다. 최상의 경우에 이런 현실이 의미하는 바는 책임 있는 전문가들이 부모의 두려움과 욕망을 자녀들의 그것들과 분리하고, 불변의 명령과 일시적인 노이로제를 구별할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벅찬 임무일 수 있다. 정신의학과 내분비학, 신경 인지학을 분리하는 것은 한심할 정도로 구식이다. 요컨대 현대 정신의학은 정서장애 및 사고장애의 화학적 경로를 찾고 있지만 정신과 뇌를 구분하려는 이 같은 시도는 아직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성정체성 장애처럼 복잡한 질환은 동시에 여러 각도에서 설명되어야 한다.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위원회에서 일하는 하이노 메이어-발부르그는성 정체성 장애에 대해서 <순전히 과학적인 근거로만 설명될 수 없다>고인정했다.  - P406

부모로서 트랜스젠더 자녀를 염려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은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09년에 전국 트랜스젠더 평등 센터와 전미 게이 레즈비언 태스크포스재단은 미국의 모든 주와 영토에서 일반인의 인구 분포와 대체로 비슷한 분포를 보이는 트랜스젠더들에 대해 광범위한 설문 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지가 온라인으로 배포되었다는 점에서 조사가 상대적으로 특권층에게 치우친 감은 있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다섯명중 네 명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육체적 또는 성적으로 폭행을당했고, 그런 사례 중 대략 절반은 교사에 의한 것이었다. 일반인 가운데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는 사람들 숫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 반해 트랜스젠더는 90퍼센트 정도가 적어도 대학을 졸업했지만 실업률은 일반인의 두 배였다. 10명 중 한 명은 직장에서 성폭행을 당했으며, 비슷한 비율로 육체적인 폭행을 당했다. 4분의 1이 젠더 불일치로 해고된 적이 있었다. 트랜스젠더가 빈곤을 겪는 비율은 미국 전체 비율의 두 배이다. 5명 중 한 명은 집이 없었으며 그들 중 3분의 1은 쉼터에 들어가고자 했지만 그들의 젠더 문제 때문에 거부당한 적이 있었다. 3분의 1은 무례나 차별 때문에 병원 진료를 연기하거나 회피했다. 일반인의 2퍼센트가 자살을 시도하는데 반해 트랜스 청소년은 절반 이상이 자살을 시도했다. 약물 남용과 우울증의 비율은 충격적인 수준이다. 집 없는 청소년들의 20~40퍼센트가 동성애자나 트랜스이고, 유색 인종 트랜스젠더들의 절반 이상이 길거리에서 매춘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성매매를 하다가 뉴욕 퀸즈의 트랜스 아동쉼터에서 지내는 한 청소년이 말했다. 「나는 주목받는 것이 좋아요. 사랑받는 느낌이 들거든요. - P431

중도 장애 아동이나 자폐 아동, 정신분열증을 겪는 아동,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 중 상당수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건강한 아이에 비해 사망할 위힘이 훨씬 높다. 하지만 트랜스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는 독특하다. 그들은 똑같이 무서운 두 가지 가능성 사이를 오간다. 성전환을 할 수 없는 아이는 자살할 수 있는 반면 성전환한 아이는 그 때문에 살해될 수 있는 것이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살인 사건이 매번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아니다. 설령 알려지더라도 그 사건이 증오 범죄였다는 상황까지 알려지지 않는경우도 많다. 1999년 이후로 미국에서는 400명 이상의 트랜스젠더가 살해되었고,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단체는 살인에 관련된 증오 범죄의 발생률이 한 달에 한 건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3일에 한 명꼴로 트랜스젠더가 살해된다. - P437

1990년에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에 두 가지 성별만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뒤흔든 책 『젠더 트러블Gender Trouble』을 출간했다. 1999년에 다시쓴 서문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가능성을 여는 행동》이 궁극적으로무슨 소용이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 즉 명료하지 않고 이해할 수 없으며 비현실적이고 불법적인 존재로 세상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사람들은 누구도 그와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10‘ 책이 출간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가능성은 버틀러가 희망했던 것보다도 넓게 열려 있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대학 교수인 친구가가르치던 학생 중 한 명은 자신의 첫 아이 이름을 에이버리라고 지을 계획이라고 자진해서 말했다. 「나는 에이버리가 좋은 것 같아요. 중성적인 이름이니까 아이가 나중에 타고난 성별과 다른 성별을 갖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그 이름을 쓸 수 있잖아요.」 노먼 스팩도 비슷한 대화를 언급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남들과 다른 사람들이 뒤처지지 않는 새로운 시대〉라고칭했다. 젠더에 관한 가벼운 대화는 예전보다 훨씬 더 흔한 일이 되었다. 메이어-발부르그는 <트랜스젠더리즘이 어느 정도는 유행처럼 되었다고주장했다. 메이어-발부르그의 주장은 나의 경험과도 일치한다. 내가 대학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혁명적인 감정을 표현하거나 자신의 개성을 어필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젠더퀴어라고 정의했다. 그들은 자신의 젠더에 대해 유동적인 입장이었지만 성별 불쾌감은 보이지 않았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이런 현상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출생 성별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상황과는 공통점이 매우 적었다. - P447

긍정심리학 분야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에미 워너Emmy Wemer는 성역할 및 회복탄력성과 성 역할의 관계에 대해 많은 글을 썼으며, 회복탄력성을 가진 아이들이 하나같이 전통적인 성 역할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사실을발견했다. 「회복탄력성이 있는 남자아이들은 자기주장이 무척 강하기도 하지만 울어야 할 때는 기꺼이 눈물을 흘린다. 또한 회복탄력성이 있는 여자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보살피고 배려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우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충실한 양육은 인생의 돌발 사태에 직면했을 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젠더 세계에서는 2년 전까지도 진보적이었던 정책이 오늘날에는 보수적이 된다. 브릴이 오클랜드의 한 어머니를 예로 들었다. 그 어머니는 트랜스젠더 학생들을 포용하려는 학교의 정책이 젠더가 유동적인 아이들에 대한 우려를 명확하게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로 이런식의 진전을 불편하게 여기는 트랜스젠더들도 있다. 르네 리처즈는 1970년대에 성전환을 한 이후로 여자 프로 테니스 경기에 출전할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투쟁을 벌여 왔다. 그녀는 <하느님은 우리를 이 땅에 보내면서 성별 다양성을 갖도록 하지 않았다. 나는 자신의 젠더를 실험하는 아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 다음 <나는 트랜스젠더가 중간에 있는 존재. 예컨대 제3의 성 혹은 비현실적인 별난 미치광이가 되는 것을 바라지않는다>고 덧붙였다. - P454

성전환 초기에 엘리엇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다. 「나는 때때로 나인 남자 엘리엇-가 저 바깥 어딘가에서 내가 그를 찾아 주기를, 내가 나 자신이 되는 법을 알아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것이 불안정하게 느껴져서 불안하다. 어디에서 이정표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를 절대 찾아내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 하지만 내게 정말 소중한 어떤 이가 언젠가 말했다. <괜찮아. 너는 강해. 그리고 엘리엇이라고?그가 너를 찾을거야.> - 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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