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남자가 널 기다리고 있네. 이름이 뭐야?" 릴리안의 경쾌한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너 여기서 한 명 제대로 꼬셨네 그치? 저 남자 눈빛이 번쩍번쩍 빛이 나는 게, 너한테 아주 푹 빠진 눈치야." 프랜시스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빛이 나는 거야." 릴리안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무슨 뜻이야?" "저 남자가 내게 빠진 건, 내가 너에게 빠져 있기 때문일 뿐이야. 빛이 나는 건 너야, 릴리안." 릴리안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는 시선을 떨구고 입술을 벌렸다. 릴리안의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게 보였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쇄골 위의 움푹 꺼진 부분이 팔딱거리고 있었다. 심장이 여섯 번, 일곱 번, 여덟번, 아홉 번 뛰었을 때, 릴리안은 프랜시스의 눈을 올려다보고 말했다. "나 집에 데려다줘." - P264
"레너드가 그런 일을 당하다니, 너무 끔찍해. 안타깝다." 릴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우두커니 서서, 지나치게 밝은 봄빛 너머로 프랜시스를 응시하며, 산만하게 입술을 잡아 뜯고 있었다. 뭘 원하는 거지? 알 수 없었다. 이제는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기도 했다. 그들은 밀고 당기는 춤을 너무 오래 췄고, 오늘 밤은 지나치게 팽팽하게 당겨져서 탄력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프랜시스는 손을 씻으러 급수실에 들어갔다. 부엌으로 다시 나와보니 릴리안은 문밖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프랜시스는 거의 안도감마저 들었다. 그런데 릴리안은 물러나려는 게 아니었다. 바깥의 복도를 내다보고 아무도 없는지 확인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몸을 다시 부엌 안쪽으로돌리더니, 숨을 들이쉬고는, 걸음을 내디뎠다. 문설주에 얹었던 손을 부드럽게 밀어내면서, 차가운 수면으로 용감히 몸을 던지듯이. 그 이상의 노력은 없었다. 더 이상의 소란도, 놀라움도 없었다. 릴리안은 프랜시스에게 다가와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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