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 타르트는 집어 들자마자 부스러지고, 롤 샌드위치는 돌돌 말린빵이 풀려서 속에 든 치즈가 비어져 나왔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빵은 맛있었고, 무는 아삭아삭했고, 달걀 껍데기는 묵직한 코트 자락을 훌훌 벗어 던지듯 쉽게 벗겨졌다. 한편에 기대어 놓은 양산은 모든 것을 포도주 빛깔로 물들였고, 바버 부인이 벤치에 모로 앉아 손에 뺨을 괸 자세가 너무나 편안해서 여기가 벤치가 아니라 소파인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손목을 입가에 대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지난번처럼 자연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깔깔 웃는 그 소리에 근처의 벤치에 홀로 앉아 있던 남자가 이쪽을 돌아보기도 했다. 프랜시스는 오늘 소풍이 어색해지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사실상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사이가 아닌가. 그런데 두 사람은 지난 토요일 오후 어둑한 부엌에서 나누었던 친밀감을 다시 이어가고 있었다. 뜨개질을 하다 말았던 부분의 실을 다시 집어 들듯이. - P1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