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물 흐르는 소리가 끊어졌다. 목욕물이 찰랑거리는 소리, 욕조 바닥에 발을 디디는 소리가 들렸고, 바버 부인이 욕조 안에 앉은듯 무겁게 첨벙하는 소리가 났다. 이후로는 정적이 흘렀고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만 간간이 새어 나왔다.
바버 부인의 기모노 가운이 벌어졌을 때처럼, 저 소리들을 듣고 있자니 신경이 곤두섰다. 무엇보다도 신경 쓰이는 건 소리보다도 정적이었다. 아까 가계부를 정리할 때는 세입자들이 순전히 돈벌이 수단으로, 이를테면 돈다발 두 뭉치쯤으로 느껴졌었다. 그런데 지금 뒷걸음으로 움직이며 타일 바닥을 닦아나가다 보니, 세를 준다는 의미가무엇인지 비로소 실감났다. 친하지 않은 사람끼리 가깝게 지내는 기묘한 경험. 벌거벗은 바버 부인과 그녀 사이에 몇 평짜리 부엌과 얇은문 한 장밖에 없는, 서로 간의 겉 포장이 벗겨진 듯한 상태. 불현듯 머릿속에 어떤 상상이 떠올랐다. 열기 속에서 발갛게 달아오른 둥근 젖가슴이.
프랜시스는 깔개 위에서 자세를 고쳐 앉고, 걸레를 붙잡고서 바닥을 힘껏 문질렀다. -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