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신부, 픽처 브라이드 버들은 자신들을 지칭하는 단어를 되뇌어 보았다.
"언니는 이름이 우예 그렇습니꺼? 살면서 그런 이름은 첨이라 버들은 우연히 둘만 있게 됐을 때 에스더에게 물었다. 에스더는 사진 신부들 중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버들을 좋게 보았다.
"내 조선 이름은 붙들이야. 난 내 위로 오빠가 둘이나 죽은 다음태어났어. 할아버지가 남자 동생 태어나면 붙들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 너무 싫었어. 이름 주인인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남동생을 위한 이름인 거잖아."
"그라모 에스더는 누가 지은 겁니꺼?"
"교회에서 세례명을 짓게 됐을 때 내가 고른 거야. 에스더는 자기네 동포를 구한 왕비야. 나도 미국에 가서 공부해 우리 동포를 구할 거야."
버들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에스더를 홀린 듯이 보았다. 버들은 동포를 구할 거라는 말보다 이름을 스스로 골랐다는 사실이 더 대단해 보였다. 붙들이처럼 어진말 여자애들 중에도 남동생 보라고, 아니면 원하지 않은 딸이라서 지은 이름들이 있었다. 섭섭이, 서운이, 또섭이, 끝순이, 막순이, 말순이, 얌전이…… 심지어 이름 없는 아이도 있었다. 아무렇게나 불리다 시집가면 안골댁, 양촌댁처럼 친정 동네 명칭을 붙인 태호가 이름을 대신하는 것이다. 가난한 과부의 딸인 버들도 조선에서 시집갔으면 어진말댁이 됐을것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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