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는 키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딸을 둔 친구가 있다. 그녀는 딸을 단지 키가 작을 뿐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도록 키워야 할지, 난쟁이로서 롤 모델을 찾도록 해야 할지, 아니면 외과 수술로 팔과 다리를 늘려 줄 방법을 찾아야 할지 고민했다. 어쩔 줄 모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익숙한 전형을 보았다. 나는 청각 장애인과 나의 공통점을 깨닫고 놀랐으며 이제는 소인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울러 이 반가운 무리에 합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궁금해졌다. 만약 동성애가 질병이 아닌 하나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할 수있다면, 청각 장애가 질병이 아닌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왜소증이 명백한 장애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면, 이불편한 틈새 영역에 속하는 수많은 다른 범주들이 있을 터였다. 그야말로급진적인 인식의 전환이었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극소수자라고 생각했지만 불현듯 엄청나게 많은 동료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차이>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이다. 차이에 의한 각각의 경험이 해당 경험을 가진사람들을 고립시킬 수도 있지만 그들이 모이면 거대한 집단을 형성하고, 그들의 투쟁은 서로를 단단하게 묶어 준다. 이례적인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오히려 완벽하게 정상인 것이 드물고 고독한 상태다. - P23

부모님이 나의 정체성을 잘못 생각했듯이 다른 부모들도 그들의 자식을 끊임없이 잘못 생각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수평적 정체성을 모욕으로 느낀다. 가족의 나머지 구성원들과 두드러진 차이를 가진 아이는 평범한 어머니나 아버지가 적어도 처음에는 제공할 수 없는 지식과 능력, 행동을 요구한다. 그런 아이는 대다수 다른 또래들과 뚜렷한 차이가 있고 따라서 이해를 받거나 잘 섞이지 못한다. 아무리 폭력적인 아버지도 자신의 외모를 닮은 자식한테는 상대적으로 덜 폭력적이다. 혹시라도 불량배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부디 아버지와 닮은 외모를 가졌기를 빌어야 할 것이다. 가족은 자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수직적 정체성을강화하려고 하는 반면, 수평적 정체성은 대체로 거부하려 든다. 요컨대 수직적 정체성은 흔히 유사성으로 존중받고 수평적 정체성은 결함으로 간주된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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