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대학교 교정 옆을 구불구불 흘러가는 금장 강의 강변을 가끔 산책하며 조국에서의 마지막 며칠 밤을 보냈다. 강의 수면에는 달빛이 반짝였고, 여름밤의 옅은 안개가 덮여 있었다. 나는 자신의 26년 생애를 돌아보았다. 나는 고난과 특권을 체험했고, 공포는 물론 용기를 경험했으며, 인간의 깊은 내면에 도사린 추악한 면들은물론 친절하고 충성스러운 미덕도 보았다. 고통과 파괴, 죽음 가운데에서 나는 사랑과 생존 및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파괴되지 않는능력을 알게 되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외할머니와 쥔잉 고모는 물론 아버지를 떠올렸을 때, 특히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까지 나는 그분들에 관한 기억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그분들의 죽음은 내 마음속에서 가장 아픈 상처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나는 그분들이 나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기뻐할 것인지 상상해보았다. 나는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가서 13명의 다른 교사들과 함께 여행할 예정이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정치보도원이었다. 우리가 타는 비행기는 1978년 9월 12일 오후 8시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몇몇친구들이 베이징 공항에 배웅을 나왔고, 나는 시계를 볼 필요를 느끼지 않아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비행기 좌석에 앉았을때 나는 어머니를 제대로 포옹해드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청두 공항에 배웅을 나온 어머니는 내가 지구의 반 바퀴나 떨어진곳으로 가는 것이 우리의 파란만장했던 생애에서 단지 또 하나의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듯이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중국이 내 뒤로 점점 멀어지고 있을 때 나는 창 밖을 내다보며 비행기의 은빛 날개 너머에 있는 드넓은 세상을 바라보았다. 나는 지난 생애를 한 번 더 잠시 바라본 다음 미래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세상에 들어가기를 간절히 원했다. - P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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