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일이 달로 바뀌고 달이 해로 바뀌면서, 장군에 대한 그리움은 무디어졌다. 외할머니는 장군에게는 당신이 한낱 노리개에 불과하다는 것, 언제나 편리할 때 다시 주워들 수 있는 노리갯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외할머니의 불안정한 마음이 초점을 맞출 대상을 잃고 말았다. 그 마음은 꽉 끼는 옷 속에 억지로 눌려 있었다. 그 불안정한 마음이 가끔 사지를 뻗칠 때면, 외할머니는너무 심란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떤 때는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기도 했다. 외할머니는 여생 동안 이렇게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증세를 지니고 사셨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러니까 외할머니의 "남편"이 잠시 외출하듯이 대문 밖으로 걸어나간 때로부터 6년이 지난 후에 다시 나타났다. 두사람의 만남은 외할머니가 두 사람이 헤어진 직후에 꿈꾸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헤어진 직후에 외할머니는 열정적으로 장군에게달려가 자신을 내던지는 광경을 상상했었다. 그러나 이제 외할머니는 의무감에서 마지못해 그를 맞아들였다. 외할머니는 당신이 하인들가운데 누군가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았을까, 하인들이 장군의 환심을 사고 자신의 일생을 망치기 위해서 엉뚱한 이야기를 꾸며내지는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제 쉰이 넘은 장군은 성질이 많이 누그러진 것 같았고, 전처럼 그렇게 위엄이 넘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외할머니가 예상했던 대로 장군은 자기가 어디에 있었는지, 왜 그렇게 갑자기 떠났었는지, 또 왜 돌아왔는지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외할머니도 묻지 않았다. 따져묻는다고 책망을 듣고 싶지도 않았지만,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 P60
외할머니는 겁이 났다. 첩으로서 외할머니의 장래와, 또 당신이낳은 딸의 장래가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할머니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었다. 만약 장군이 죽는다면, 외할머니는 외할머니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정실부인의 처분에 맡겨질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원하는 일은 무슨 짓도 할 수 있었다. 외할머니를 돈많은 남자, 심지어 사창가에 팔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은 흔히 일어났다. 그렇게 되면 외할머니는 자신의 딸을 영영 다시 보지 못할 것이었다. 외할머니는 자신이 딸을 데리고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외할머니는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 도망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을 하려고 해도 외할머니는 자신의 머리가 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외할머니의 다리는 너무나 약해서 가구를 붙들지 않고는 걸음도 못 걸을 지경이었다. 낙심한 외할머니는 다시 울었다. 이곳을 빠져나갈 방도가 없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장군이 자기를 이런 덫에 걸리게 해놓고 언제 세상을 뜰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 P66
곧 그는 처음으로 환자의 집으로 왕진을 오라는 초대를 받았다. 그날 저녁 그는 천으로 싼 꾸러미 하나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머니와 외할머니에게 눈을 찡긋해보이면서 두 사람에게 보자기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아맞혀보라고 했다. 어머니는 두 눈을 김이 나는 그 꾸러미에 붙이다시피 했다. 어머니는 "찐 만두!" 하고 외치기가 무섭게 꾸러미를 찢어 열어젖혔다. 어머니는 만두를 게걸스럽게 먹으면서 고개를 들어 반짝이는 샤 선생의 눈에 시선을 맞추었다. 50년이상이 지난 지금도 어머니는 그때의 행복해하던 샤 선생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어머니는 요즘도 그때 먹었던 만두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는 한다. - 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