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우리를 통치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우리의 ‘영혼‘을 다스리는 데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혼‘이라는 것은 이 시대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고, 또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께서 (부디 제 신랄함을 용서해 주시길.) 시계의 태엽을 감는 사람 즉 시계 제조 장인이거나 인간의 모습이 아닌 매우 모호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자연의 정령‘과 같은 존재라면, ‘영혼‘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불편하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지배자가 이런 덧없고 순간적이고 애매한 것을 다스리려고 하겠습니까? 실험실에서 그 존재가 입증되지 않은 것들을 향해 권력을 휘두르고싶어 하는 계몽군주가 과연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폐하, 인간의 진정한 권력은 인간의 육신에만 작용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가가 만들어지고 국가 간에 국경선이 수립되었다는 것은 결국 명확히 규정된 공간에만 인간의 육체를 머물게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자와 여권이 만들어졌다는 건, 이동과 움직임의 자연적인 필요성을 제한하고 조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세금을 부과하는 통치자는 자신의 국민에게 어떤 것을 먹이고 어디서 잠을 재울지, 비단옷을 입힐지 마직 옷을 입힐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 P396
마찬가지로 폐하께서도 어떤 시신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결정하십니다. 모유가 가득 찬 어머니의 가슴이 모든 아이에게 고른 영양분을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높은 언덕에 자리한 궁궐에 사는 아기가 싫증 날 때까지 젖을 빠는 동안, 계곡의 작은 마을에 사는 아기는 얼마 남지 않은 젖에 만족해야 합니다. 폐하께서 전쟁을 선포하게 되면, 수천 명의 육체를 피바다로 밀어넣으시는 겁니다. 그러므로 육체를 다스리는 것은 삶과 죽음의 왕이 되시는 것이며, 그것은 가장 큰 나라의 황제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저는 당신, 삶과 죽음을 좌지우지하는 폭군, 압제자에게 이 글을 씁니다. 이제 저는 간청하지 않고, 저만의 방식대로 당당히 요구하겠습니다. 아버지의 시신을 땅에 묻을 수 있도록 제게 돌려주십시오. 폐하, 저는 당신을 끝까지 따라다닐것입니다. 어둠 속의 은밀한 음성처럼, 저는 죽어서도 결코 당신에게 평화를 허락지 않을 것입니다. 이 속삭임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요제피네 졸리만 폰 포이히터슬레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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