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은 배의 위쪽에서 모두가 일제히 휴대 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고, 걱정스러운 몸짓으로 빈 공간을 향해 분노를 쏟아 내는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직장에 늦을 거라고, 그런데 그들이 입은 이러한 손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지 궁금하다고, 그러기에 술이나 퍼마시는 인간에게 일을 맡기는 게 아니었다고,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고, 가뜩이나 현지인들에게도 일자리가 부족한데 뭣 때문에 이민자를 고용했는지 모르겠다고, 그런데 언어는 대체 어디서 깨쳤는지 모르겠다고 하긴 그런 사람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라고.
에릭은 그들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들 얼마 안 있으면 잠잠해질 테고 자리에 앉아서 점점 화창해지는 하늘을, 그리고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아름다운 빛줄기를 바라볼 거라고 확신했다.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엘리자의 딸이 입고 있는 선명한 하늘색 코트였다. (뱃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징크스였다.) 이 색깔은 배를 탈 때 불길한 징조를 뜻했다. 하지만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금방 잊어버렸다. 그는 대양을 향해 뱃머리를 돌리면서 오늘을위해 특별히 준비한 초콜릿 바와 콜라 한 상자를 아래쪽으로 던졌다. 그가 준비한 가벼운 다과가 사람들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멀어져 가는 해안가를 바라보면서 잠잠해졌고, 어른들은 자신들의 항해에 점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T 형제 중에 동생이 그에게 전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콜라 때문에 트림을 했다.
‘바다 한가운데까지 나가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유치원 선생인 엘리자가 궁금해했다.
‘연료는 충분한가?‘ 콩팥에 문제가 있는 S 영감도 관심을 보였다. 적어도 에릭에게는 그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될 수 있으면 그들을 보지 않고 신경 쓰지 않으려 애썼다. 시선을 수평선에 고정했다. 덕분에 그의 동공은 반으로 갈라졌다. 바다에서부터 시작되는 아래쪽 절반은 짙은 빛을, 하늘에서부터 시작되는 위쪽 절반은 밝은 빛을 띠었다. 실제로 승객들은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 그들은 이마 쪽으로 모자를 당겨 쓰고, 목에 두른 스카프를 단단히 고쳐 맸다. 헬리콥터의 우르렁대는 프로펠러 소리와 경찰 모터보트의 요란한 소음이 정적을 깨뜨릴 때까지는 모두 조용히 항해를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