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에릭은 3년 동안(이곳에서 100해리 떨어진 곳에서는 코카인 밀반입에 통상 교수형이 선고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과한 형벌도 아니었다.) 공짜로 영어 실력을 갈고닦을 시간을 누리게 되었다. 책 한 권을 독파하는 고급 반용 영어 수업, 문학적이면서 고래학적이고 여행 심리학적인 어학 코스. 산만하게 이것저것 손대기보다는 하나에 집중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다섯 달이 지나자 에릭의 실력은 이스마엘의 모험담을 거의 외워서 낭송할 수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등장인물 중에서 에이허브의 목소리로 말하는 건, 특히나 에릭에게 짜릿한 기쁨을 선사하곤 했는데, 마치 편안한 옷을 입은 듯 에릭의 본성과 워낙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다소 괴상하고 촌스럽긴 했지만, 이런 곳에서 이런 책이이런 인물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행운이었다. 여행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가리켜 ‘동시성의 원리‘라고 명명하면서 세상의 이치를 보여 주는 증거로 여겼다. 의미의 실타래, 기이한 논리의 그물망이 이 아름다운 혼돈 속에서 사방으로펼쳐져 있다는 살아 있는 증거 말이다. 그리고 신을 믿는 자의 시각으로 보면 이것이야말로 신의 손가락에 새겨진 일그러진 지문의 흔적과 같은 것이라고 에릭은 생각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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