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피들러가 생각에 잠긴 어조로말했다.
「문트가 나 자신 때문에, 나에 대한 증오나 질투 때문에 나를 괴롭혔다면 괜찮았을 겁니다. 어쨌든 나는 별로 개의치 않았을 겁니다. 그걸 이해하시겠습니까? 오랫동안 그 고통을 당하면서 줄곧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죽거나 까무러치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건 자연이 알아서 할 일이야. 그런데 고통의 강도는 바이올린 주자가 E현에 도달하듯 계속 올라갑니다. 더 이상 올라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계속 올라갑니다. 고통은 그런 거예요. 올라가고 또 올라가지요. 자연이 하는 일이라고는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한테 듣기를 가르치듯 이 소리에서 저 소리로 한 단계씩 당신을 끌어올리는 것뿐입니다. - 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