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을 놓고 거대 담론이 사라진 선거라고 한다. 양당후보는 ‘내가 더 많이 퍼주겠다‘고 경쟁한다. 공약들은 좋게 표현해 ‘생활 밀착형 마이크로 정책‘이고, 선거운동은 인터넷 밈에 의존한다. ‘탈모 치료 건강보험 확대‘나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공약을 보고 무슨 철학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거기에 지금 한국사회에 대한 어떤 진단이 담겨 있나.
후보들이 제 입으로 말하기 꺼리는 조악한 거대서사가 밑에깔려 있기는 하다. ‘검찰과 친일파가 대한민국을 지배한다든가 ‘문재인 정권과 586이 나라 망쳤다‘든가. 그 서사에서 도출되는 과업은 복수다. 우리 편이 권력을 잡아서 상대편을 감옥에 보내면 한국사회도 나아진다는, 명쾌하고 단순무식한 소리다.
정의당의 부진도 조국 사태 등에서 헛발질한 것보다는, 대안정당으로서 대안을 보여주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와 별개로, 지난 몇 년간 정의당은 대중에게 퍼포먼스 정당, 정체성 정치의 정당으로 비쳤다. 그러는 사이 플랫폼 노동의 시대가 왔고, 정의당의 기존 노동 비전은 현실에서 더 멀어지는듯 보였다. - P1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