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헤일셤에서 점심 식사를 기다리는 ‘줄‘은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데 이상적인 장소 중하나였다. 그 대형 홀은 일종의 방음 장치가 되었다. 웅성거리는 소음과 높은 천장 덕택에 말소리를 낮추고 바짝 다가서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다른 사람이 엿듣는 걸 피할 수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그런 선택은 배반당하지 않았다. ‘조용한‘ 장소는 종종 최악의 장소이기도 했는데, 말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에서 누군가 지나갈 가능성이 언제나 있었기 때문이다.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슬그머니 빠져나온 듯한 모습을 포착 당하는 순간, 장소 전체가 이내 그 사실을 알아채는 듯했다. 그래서 적당한 기회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 P46
선생님 말은, 진심으로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다지 창의적으로 될 수 없는 토미의 상태는 지극히 정상이라는 것이었다. 그 점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것 때문에 그에게 벌을 주거나 어떤 식으로든 압력을 가한다면, 학생이든 교사든 간에 그들이 잘못된 것이었다. 그건 토미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선생님 말씀이 맞지만 실제로는 모두들 그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여긴다고 토미가 대꾸하자, 루시 선생님은 한숨을 내쉬고는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이윽고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방법이 너한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것만은 잊지 마. 이곳 헤일셤에서 적어도 한 사람은 그 점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적어도 난 네가 좋은 학생이고 그동안 알아 온 다른 학생들처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네가 얼마나 창의적인지는 중요하지않아." - P56
그리고 마담의 반응은 우리의 예상을 밑도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저 얼어붙은 듯 그자리에 멈춰 서서 우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고, 헉 하고 숨을 멈추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으므로 그녀의 내적 반응을 감지할 수 있었다. 우리가 그렇게 충격을 받은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멈춰 서는 순간 나는 그녀의 표정을 힐긋 바라보았다. (다른 아이들도 분명 그랬을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표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몸서리쳐지는 것을 애써 억누른 채 혹시 우리 중 하나가우발적으로 자기 몸에 닿을까 봐 겁에 질려 있었다. 걸음을멈추지는 않았지만 우리 모두는 그것을 알아챘다. 그것은찬란한 햇빛 속에서 나오자마자 으스스한 그늘이 드리워진듯한 느낌이었다. 루스의 말이 옳았다. 마담은 우리를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거미를 겁내는 바로 그런 식으로 우리를 겁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 대비가 되어 있지않았다. 우리 자신이 누군가에게 거미가 된다면, 거미처럼보인다면 어떤 느낌일지에 대한 생각 같은 것은 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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