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캣  ‘티핑포인트‘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어떤 변화가 걷잡을 수없이 급속하게 발생하는 시점. 그런데 기후위기의 측면에서 보면 지구는 지금 티핑포인트에 근접해 있다고 해요. 그다음에 기후위기는 이제 막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어요. 완전히 막을 수는 없고, 멸망을 늦추는 정도만 가능하다는 거죠. 지금 당장 지구상의 모든 석탄발전소를 다 끄고 온실가스를 완전히 배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구의 온도는 상승할 거예요. 근데 석탄발전소는 계속 돌아가고 있고, 사람들도 전기 쓰면서 그냥 살고 있잖아요. 지금과 같은 삶을 영위해서는 절대 기후위기를 늦출 수 없어요. 그리고 늦추는 방법이 있다 해도 사람들이 그걸 원할지가 확실치 않아요. 왜냐하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니까요. - P258

미어캣  일단 경의선공유지 활동 당시에는 저도 아는 게 별로 없었어요. 뭘 많이 공부했거나 깊이 고민했던 게 아니라, ‘이 공간은 다 같이 쓰는 공간이어야 한다, 누군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만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어요.
‘커먼즈‘라는 개념이 있거든요. 공공재, 공공자원이라는뜻이에요. 우리가 다니는 도로도 커먼즈고, 어떻게 보면 지구도 커먼즈죠, 옛날 시골에는 그런 공공재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마을 공용 어장이라든가, 우물 같은 것도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함께 썼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협동해서 그곳을 가꾸고, 여기까지만 소비하자, 이만큼은 아끼자, 그런 약속을 하는 거죠. 그런데 도시에는 그런 공간이 많지않아요. 사람들이 이용의 주체가 되는 동시에 그 공간을 돌보는 주체도 되는 그런 공간이 드물어요. 한국에서는 네 거와 내 거를 구분하는, 그러니까 사유재산이라는 감각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잖아요. - P259

근데 대부분의 시민들에게는 우리의 주장이 너무나 급진적인 거죠. 경의선공유지를 다룬 칼럼이나 기사가 나오면 댓글에 다 이렇게 적혀 있어요. "너네들 땅도 아닌데 왜 점거하냐, 남의 땅을 왜 너희가 사적으로 소유하냐." 이 부분을 많이 고민했지만 아직은 설득하기가 힘들다는 걸 실감했어요.
그렇지만 경의선공유지 같은 공간을 방치하면 권리를 다퉈볼 만한 시민의 공간이 다 사라지거든요? 예를 들어 지하철역도 다 국유지예요. 근데 그 공간을 민간 개발 하라고 대기업에 주면 백화점 세우고 마트 만들잖아요. 국유지인데도시민이 그냥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게 되죠. 돈을 내야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거예요. 모든 시민이 출입 가능한 공공도서관 같은 장소가 생기는 대신, 소비자만 들어갈수 있는 가게가 생기는 거예요, 당연하다는 듯이. - P260

미어캣  그러니까요. 그런데 탄소중립을 한다고 단순하게 탄소 쓰는공장 다 닫자는 게 아니에요. ‘기후정의‘라는 개념이 있어요. 기후위기에 정의롭게 대응을 해야 된다는 거죠. 예를 들어서 석탄발전소의 노동자들은 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일자리가 없어지잖아요. 그러면 교육 지원 같은 걸 통해서 다른친환경에너지나 재생에너지 분야로 재취업을 할 수 있게끔제도를 만들라고 요구해야 해요. 우리는 그와 관련된 요구를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이나 현재 통과된 녹색성장기본법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석탄발전소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이런 요구를해도 혜택은 정규직에게만 돌아가고, 비정규직은 계약이 끝나면 끝이에요. 바로 실업자가 돼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우리가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생산방식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데서 끝나면 안 돼요.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예를 들어 비정규직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죠. 소비 자체를줄이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하고요.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수리권‘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어요. 물건을 수리해서 오래오래 쓸 수 있게 하자는 거예요. 또 로컬, 지방에서 생산이이뤄지게끔 하자는 주장도 있고요.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이렇게 하나의 사회체제 전체가 바뀌어야 해요.
근데 정부에서는 그런 고민 없이 ‘탄소중립 하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친환경 사업 하는 기업들한테 돈 줘서 키우자‘ 이런 식인 거예요. 실질적인 변화는 없이, 겉모습만그럴듯하게 녹색으로 칠해버리는 거죠. 포털에 ‘그린뉴딜‘을 검색하면 그린뉴딜 관련주가 떠요. 환경 이슈가 또다시 경제성장에 이용되는 문제가 생기는 거죠. - P265

담. 뭐가 좋냐면요. (웃음) 상대방을 설득하는 수완도 성별화되어 있는데, 여성들이 터득한 설득의 기술은 무시당할 때가 많잖아요. 훈련해서 얻은 기술로 인정되기보다는 기질이나 천성으로 생각하고요. 나긋하고부드러운 태도를 가지는 건 모욕적인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죠. 실제로 그런 태도가 여자들한테 강요되는 경우도 허다하니까요. 그래서 같이 싸우는 여자들한테도 전문가로 보이려면,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예쁘게 말하지 말라고 얘기하게 되죠.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저는 이것도 기술로, 힘으로 인정됐으면좋겠어요. 예쁘게 말하는 건 약자의 습속이고 수치스러운 거라고 하고 싶지 않은 거죠. 예쁘게 말할 줄 안다는 게 얼마나 유용할 때가 많은데요. 그리고 아무나 못해요. "같이 놀아요~" 수준의 너스레를 어떻게 아무나 하겠어요. - P272

미어캣  네, 저는 다양성 굉장히 좋아합니다. 획일화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어요. 통일하는 것, 획일화하는 것이 뭐가 어때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러니까•••.

담, 유리 (기다림)

미어캣  저는 사회의 어떤 문제점은 거기서 생겨나기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유리  밀려나게 되는 것들이 반드시 생기고요.

미어캣 "왜 넌 달라?" 이러면서 평균이나 규격을 정하거나,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구별하는 것이 깔끔하게 하자는 말에서시작되는 거라고도 생각해요. 서로 좀 달라도, 그대로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이는 사회가 좋지 않나 하고요. - P276

그러므로 익숙한 의심을 잘 개어 부엌 한쪽에 밀어두고, 목소리와 자세를 가다듬고, 안주인다운 태를 갖추어 한 번쯤 이렇게도 말해본다. "나는 아주 멋진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슴속에서 진주알같이 뽀얀 기쁨이 설핏 빛나고, 내 얼굴은 약간 일그러진다. 원래 긍지란 조금 아린 느낌을 동반하는가 보다 생각하면서 상을 치운다. 다시, 손님을 맞을 시간이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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