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뜰
홧 아 유 두잉?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아임 리딩 어북, 나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홧즈 유어 프렌드 두잉? 당신의친구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석양이 오빠의 이마와 목덜미를 붉게 물들이며 방을 깊숙이가로질렀다. 내가 기억하는 한의 그 시간은 늘 그랬다. 함석 지붕이 흐를 듯 뜨겁게 달아오르고 저녁 햇빛이 칼처럼방안에 깊숙이 꽂힐 즈음이면 어머니는 화장을 시작하고 오빠는 창가에 놓인, 붉은 꽃무늬의 도배지 바른 궤짝 앞에 앉아 꼼짝않고 소리 높이 영어책을 읽었다. 나는 어머니의 곁에 앉아 갖가지 화장품이 담긴 병들을 만지작거리거나 창을 통해서 멀찍이보이는 개울의 다리와 신작로, 그리고 더 멀리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초등학교의 창을, 점점이 붉은 빛이 묻어나는 새털구름들을 바라보며 이유가 분명치 않은 조바심으로 어머니와 오빠 사이의, 은밀히 조성되어가는 팽팽한 공기를 지켜보았다. - P9
거울 속에는 언제나 좁은 방안이 가득 담겨 있었다. 소꿉놀이를 하다가도, 게으르게 눈을 껌벅이며 잠에서 깨어나서도, 싸움질을 하다가도, 허겁지겁 밥을 먹다가도 문득 눈을 들면 방의 한구석에 버티어 선 거울이 자신은 볼 수 없는 등까지도 환히 비추는 바람에, 우리는 거울 속에서 낯설게 만나지는 자신에게 경원과 면구스러움을 느껴 옆으로 슬쩍 비켜서거나 남의 얼굴처럼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 P11
나는 오빠가 또 언니를 때릴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저렇게 묵묵히 있는 것도 아마 트집 잡을 궁리에 골몰한 탓일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는 밤이면 오빠는 언니를 때렸고 할머니는 말릴 염도 없이 동생을 업고 나가 개울가를 서성거렸다. 오빠의 매질은 무서웠다. 오빠는 작은 폭군이었다. 아버지가떠난 이래 부쩍부쩍 자라는 오빠의 몸이 어느결엔가 아버지의빈자리를 채웠다. 어머니가 읍내 밥집에 나가게 되면서부터. 그리고 수상쩍은 외박이 잦아지자 오빠는 암암리에 아버지의 위치를 수락하였음을, 공공연히 자행되는 매질로 나타냈다. 오빠는 자신이 가장임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어 언제나 침울하고 긴장으로 부자연스럽게 굳어 있었다. 그 긴장으로 억눌려져 자라지 못하는 욕망, 자라지 못하는 슬픔, 분노 따위는 엉뚱한 잔인성이나 폭력의 형태로 나타났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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