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조던(Alex Jordan)은 스탠퍼드 대학의 대학원생 시절 재미있는 실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사람들의 구토 경보기를 몰래 작동시켜놓은 상태에서 그들에게 도덕적 판단을 내리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 교정에 있는 횡단보도에 서서 그곳을 지나가는행인들에게 짤막한 설문지에 답변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설문지는 사촌지간의 결혼이나 감독이 몇몇 사람을 속여 인터뷰를 했는데 영화제작사에서 그 다큐멘터리를 개봉하기로 한 것 등 논쟁이 될 만한이슈를 다루고 있었다. 알렉스가 횡단보도에 서 있을 때 바로 옆에는 빈 철제 쓰레기통이있었다. 그는 피험자를 모집하기 전, 먼저 그 쓰레기통에 비닐봉지를넣어두었다. 그러고는 피험자 절반에 대해서는 그들이 횡단보도에 도착하기 전에 그들이 알렉스의 행동을 미처 보지 못하도록) 비닐봉지 안에 방귀 냄새 스프레이를 두 번 뿌렸다. 그러면 그 후 몇 분 동안은 교차로 전체에 ‘그 냄새가 배어 있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피험자에 대해서는 비닐봉지만 넣어둔 채 스프레이는 뿌리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은 공기에서 구린내가 났을 때 더 혹독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었다." 또 다른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쓴 음료와 달콤한 음료를 마시게 한 후 설문지를 작성시켜보았는데, 역시 똑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버지니아 대학에서 일하는 나의 동료 제리 클로어(Jerry Clore)의 표현대로, 결국 우리는 "정서를 일종의 정보로 활용하는 셈이다." 무엇에 대한 우리 생각이 어떤지 결정하고자 할 때, 우리는 안으로 눈을 돌려 느낌이 어떤지를 살피는 것이다. 느낌이 좋으면 내가 그것을 좋아하는 것이틀림없고, 뭔가 불쾌한 느낌이 있으면 내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인 게 틀림없다. - P127
그리고 이런 결과를 얻는 데는 꼭 구토감까지 일으킬 필요가 없다. 그저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토 대학의 종첸보(Chen-Bo Zhong) 교수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설문을 작성하기 전 비누로 손을 씻게 하자 피험자들은 도덕적 정결(포르노, 아물복용) 관련 이슈에 대해 더 원칙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몸을 깨끗이 하고 나면 더러운 것은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종 교수는 그 역의 과정이 성립한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즉, 사람들은 비도덕적인 일을 접하면 깨끗이 씻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도덕적 일탈을 기억하게 할 경우, 아니면 단순히 다른 누가 저지른 도덕적 일탈을 손으로 베껴 쓰게만 해도 자신도 모르게 청결을 더 자주 생각하고 자기 몸을 씻고 싶어 하는 욕구를 더 강하게 가진다." 또 실험이 끝난 후 집에 가져갈 일용품을 고르라고 했을 때도 이들은 물티슈나 청소용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종 교수는 여기에 맥베스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남편에게던컨 왕을 죽이라고 부추겼던 맥베스 부인이 왕이 죽고 나서는 물과 청결에 강박증을 보이기 때문이다("몇 방울의 물이면 이 짓도 다 씻어진다"라던 맥베스 부인은 "지워져라, 지워져, 이 망할 놈의 핏자국! 제발!"이라고 외치는 지경에 이른다). - P128
도덕적 판단은 우리가 피해, 인권, 정의를 재고 따져 순전히 머리로만 내리는 것이 아니다. 도덕적 판단은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자동적 과정으로, 동물들이 세상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내리는 판단과 비슷하다. 동물들은 다양한 것을 접했을 때 그것에 다가갈지 아니면 피할지를 스스로의 느낌으로 안다. 대부분의 경우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주체는 다름 아닌 코끼리이다. - P129
추론 능력은 있는데 거기에 도덕적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이코패스는 무슨 말이든 술술 하는 법을 배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Ted Bundy)의 경우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할 때 구급대에서 전화 상담 자원봉사를 했다. 당시 그는 사람들의 전화를받으며 어떤 식으로 말해야 여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습득할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해서 1978년에 체포되기 전까지 무려 서른명 이상의 젊은 여성을 데려다 강간하고 신체를 절단하고 살인했다. 사이코패스가 되고 말고는 잘못된 양육이나 어린 시절 트라우마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그 외 양육을 바탕으로 한 설명 역시 어느 것도 사이코패스에게는 통하지 않는 듯하다. 한마디로 그것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병증으로" 이 병증이 만들어놓은 뇌는 타인의 요구 · 고통 · 존중감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감흥이없다. 즉, 사이코패스의 코끼리는 아무리 무참하고 잔인한 상황이눈앞에 펼쳐져도 거기에 꿈쩍도 않는다. 이때 기수는 지극히 정상으로, 전략적 추론 능력도 곧잘 발휘한다. 그러나 기수는 우리 안에서 도덕의 나침반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 코끼리의 뜻에 따라 시중드는 역할만 할 뿐이다. - P131
누가 자기에게 잘해주는지 아기들이 쉽게 안다는 것은 충분히 조리있는 이야기이다. 강아지도 그 정도는 아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연구가 시사하는 것은 그런 것이라기보다 영아들도 여섯 달 정도면 사람들이 남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고, 나아가 못되게 구는 사람보다는 착하게 구는 사람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코끼리는 언어 능력과 추론 능력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인 영아 시절부터 벌써 도덕적 판단 비슷한 것을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영아와 사이코패스를 통해 밝혀진 여러 사실을 함께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즉, 도덕적 직관은 아주 초기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며 도덕성 발달에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추론 능력은 그로부터 훨씬 뒤에나 모습을 드러내는데, 도덕적 추론 능력만 있고 도덕적 직관은 없을 때 빚어지는 결과는 처참하다. - P134
노예는 주인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법이 절대로 없지만, 우리의 결우 애초의 직관적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에 수정을 가하는 때가 더러 있다. 물론 이때에도 기수와 코끼리의 비유는 충분히 유효하다. 기수가 코끼리의 시중을 들도록 진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둘의 관계는 서로가 품격을 지키는 파트너의 관계이다. 즉, 기수는 주인 밑에서 일하는 하인이라기보다 고객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에 더가깝다. 훌륭한 변호사라면 고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변호사라고 해서 항상 고객의 뜻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수도 있고(내가 진행한 최면 연구의피험자들이 학생회장 댄을 비난할 근거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제살 깎아 먹기 식의 일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케이크 두 조각을 먹고 나서 코끼리가 하나를 더 먹고 싶어 할 때는 기수가 거기에 무작정 응하지않고 코끼리를 제지할 구실을 찾는다). 코끼리가 기수보다 힘이 훨씬 세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권력을 주장하는 독재자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코끼리가 이성에 귀를 기울일 때는 과연 언제일까? 우리가 도덕적 이슈에 대해 한 번 먹은 마음을 바꾸게 되는 것은 주로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이다. 우리는 자기가 믿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증거를 찾아 나서는 것에 서툴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사람의 믿음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칼같이 찾아내듯이, 우리 밑음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는 다른 사람들이 얼마든지 찾아준다. 하지만 상대방과의 논의가 적대적으로 진행되어서는 누구든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희박하다. 코끼리는 반대자다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에게서 몸을 틀어버리고, 그러면 기수가 정신없이 달려들어 반대자의 비난을 반박할 근거를 찾기 때문이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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