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께서는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던 한국인 관리들이 속죄의뜻으로 해방 후 돈을 모은 것으로 말씀하셨는데, 한글학회 측 기록에따르면 "이 돈은 조선총독부의 조선인 관리들이 일본에 바치기로 되어 있던 ‘국방헌금‘ 82만 원이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당시 들으셨던 "속죄의 뜻으로 돈을 모았다"는 말은 일제에 국방현금으로 기부했다는 것 자체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데에서 만들어진 말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 돈이 조선어학회에 기부된 계기는 선생님 말씀대로 조선어학회에 대한 대중적 신망이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해방 이후 시급한 일들이 많았을 텐데, <한글>과 <우리말본>이라는책이 당시 어떤 용도로 쓰였기에 이렇게 기증받은 돈으로 맨 먼저 이책들을 발간하게 되었을까요? 이 두 책 모두 최현배 선생께서 저술한것으로, 《한글>은 1942년에 간행한 훈민정음 연구서이고, 《우리말본>은 1937년에 간행한 문법서였는데요. 그만큼 당시 최현배 선생님의 위상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이 책들은 일제 말기에 자비출판 형식으로 출판됐는데, 책이두껍고 또 디럭스판이어서 책 모양만 봐도 일제 때로서는 아주 묘하고 귀한 책이었죠. 해방이 되니까 모두들 그걸 보려고 하고 심지어 사다가 집안에 장식품처럼 꽂아 놓는 사람도 많고, 또 나도 이런 걸 가지고 있다 하고 자랑도 할 겸 해서 이 책들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많았던 거 같아요. 그러니까 최현배 선생 개인을 보고 샀다기보다는 책모양을 보고 샀다고 해야겠죠. - P87
◇◇◇ ‘조선어학회는 해방이 되자, 재건되어 당시 긴급한 국어 회복에지대한 중책을 다했다‘. 이렇게 평가해야 할 것 같아요. 당시 실정을보면, 국민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각급 학교의 학생들은 한글은물론 우리말도 거의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했던 그런 시기였기 때문에, 학회가 서둘러 전개한 국어강습회, 또 검정 시험을 통한 국어 강사 양성은 시기적으로 봐서 아주 시급한 과업이었어요. 이런 사업은보통 기관에서는 해내기가 어려운 것인데 이것을 조선어학회에서 조기에 완수했던 거지요. 그런 점에서 ‘학회가 참 훌륭한 일을 했고, 불행 중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 P89
◆◆◆ 그러니까 다 짐작하다시피, 일제시대의 공용어는 일본어였죠. 당시 공용어가 일본어라고 하는 것은 어느 기관에 가든지 일본말로해야 되고, 또 일본말로 신고를 해야 되고, 문서도 일본말로 작성해야한다는 뜻이죠. 그러다가 미군정이 시작되면서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고 선포했어요. 미군정 기간이 1945~1948년인데, 이 기간 동안 공용어가 일본어에서 영어로 대치됐어요. 이런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이 드문 것 같은데 그거는 미군 사령부의 포고령에 나오니까 확실합니다. 다만 학교에서의 교훈 용어, 즉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말은 "조선어로 한다", 이렇게 돼 있었어요. "모든 학교에서 영어로 가르쳐라"가 아니었으니까일반 사람이 공용어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건 아마 그런 점 때문인것 같아요.
<맥아더 포고령 제1호) 5조 언어에 대한 규정(1945년 9월)Proclamation No. 1 / To the people of Korea: Article V/ For all purposes during the military control, English will be the official language, In event of any ambiguity ordiversity of interpretation or definition between any English and Korean or Japanese text, the English text shall prevail(군사적 관리를 하는 동안에 모든 목적을 위한 공식 언어는영어이다. 영어 원문과 조선어 혹은 일본어 원문 사이에 해석 혹은 정의에 관한 모호함과 부동한점이 있을 때는 영어 원문에 따른다. - P102
규범 정책을 보면, 1930년대에 논쟁이 치열했던 한글파의 조선어학회 ‘어원 표기 맞춤법‘과 정음파 혹은 박승빈파라고도 하는 조선어학연구회의 ‘표음주의 표기법‘ 사이의 논의는 조선어학회의 위력에의해 없던 일처럼 되었어요. 검토의 여지도 없이 당당해진 조선어학회의 안으로 결정되었던 거예요. 오늘날 맞춤법이 어려운데, 이것을좀 쉽게 가공할 기회를 잃어버린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쉬운 일이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글 맞춤법((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말함)이라는 게 조선어학회가 일제시대에 만든 건데, 어원 표시를 해요. 이 어원 표시라는 게 일정한기준이 있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면 ‘얼음‘ 하면 ‘얼다‘에서 왔으니까 ‘ㄹ‘ 받침을 해서 ‘얼음‘이라고 쓰고, 밭에 주는 ‘거름‘은 ‘거‘하고‘름‘으로 소리 나는 대로 써요. 그것도 ‘걸다‘에서 왔는데 ‘거름‘이라고 할 적에는 정신 바짝 차려서 ‘ㄹ‘ 받침을 쓰면 안 되고 소리 나는대로 ‘름‘으로 써야 되거든요. 우리 같은 전공자는 이런 거 다 문제없이 찾아보거나 다 가려서 쓸 수 있는데, 일반 사람은 ‘얼음‘은 ‘ㄹ‘ 받침을 밝혀 적고, ‘거름‘은 소리 나는 대로 쓴다. 이걸 외워야 되니까, 참 이게 문제거든요. 물론 이 표기법이 두 종류가 있어서 학문용, 학자용이 따로 있으면아무 상관없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얼마나 부담이 되겠어요? 여기에대해 검토할 기회가 싹 없어져서 그게 아쉽다. 그런 얘기지요. 앞으로우리가 국어 문제에서 해야 될 것은 맞춤법을 어떻게 하면 쉽게 하는가 하는 것인데, 이거는 어디까지나 전공자하고는 무관한 거예요.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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