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이요...?" "전투 전날 마지막 연회가 베풀어졌습니다. 먹고 마신 것들이 몸 밖으로 나오기 전에 죽는 것이 아니냐. 그런 농담을 하며 웃던 얼굴들이 잊히지가 않습니다. 불가에서 눈의 흰자위들이 번쩍거렸지요. 그 바짝 곤두선 병사들을 위해 씨름 대회를 열었습니다. 독군님께서 우승한 자에게 상을 하나 주겠다했는데 그 녀석이••••• 혜요가 이를 악물고 이기더니, 상으로 지율님의 옷과 갑옷을 달라고 했습니다." "아." 죽을 게 뻔한 미끼 전투에서, 주인의 옷과 갑옷을 달라고 했다. 미끼 중의 미끼가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어려서 듣던 옛이야기의 신하나 다름없었다. "사방이 어찌나 조용해지던지요. 기이하게 들떠 떠들던 이들이 입을 다물었습니다. 지율님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화를 냈습니다. 왜 그딴 걸 달라 하느냐, 진짜 상이 될 만한 것을 고르라, 나는 싫다•••••• 따르는 사람이 그렇게 화를 내면 물러날 법도 한데 혜요는 한 치도 물러나지 않더이다. 어린것이 약조를 어기지 말라고 똑바로 외치는 바람에, 독군님께서 결국지율님의 뜻을 굽히셨지요. 지율님이 제일 좋은 비단옷과 늘입던 갑옷을 혜요에게 주시면서 울었습니다." - P101
그 순간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중봉은 고개를 내둘렀다. 자은은 지율의 우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금의 회한에찬 그 남자는 쉽게 울 것 같지 않았다. "그땐 지율님도 한참 어리셨으니까요." "매초성에서, 혜요가 그 옷과 갑옷을 입었습니까?" "예에, 그 고집스러운 아이가 지율님의 옷과 갑옷을 입고•••••• 아수라장 속에서 퇴로를 뚫었습니다. 독군 어른이 정신을 잃고 계신 걸 저와 두섭이 구해 오다가, 크게 다친 지율님도 발견해 제 말에 태웠습니다. 솔직히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행한 일이라•••••• 아군 진영에 다다랐을 때 두섭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로 젖어 있어 귀신이나 도깨비도 저런 꼴은 아니겠다고 뜨악해했는데 저도 마찬가지였겠지요. 곧 후방으로 보내졌지만두섭은 눈 하나를 뽑아내야 했고 지율님은 고비를 여러 번 넘기셔야 했습니다. 그러는 와중 전쟁이 끝났지요." 끝나리라 알고 있었지만 진정으로 소강에 접어들자, 그것 또한 겪은 적 없는 나날들이었을 것이다. 얼마간은 얼떨떨하고 얼마간은 허망했을지도 모른다. "금성에 돌아와, 지율님이 죽음에서 한 발짝 벗어났다고 안도하고 나서야 독군 어른이•••••• 괴로워하고 계시단 걸 깨달았습니다. 독군 어른과 지율님은 아마 저희를 원망하고 계시겠죠. 굳이 구하지 않았다면 정해진 대로 명예로웠을 거라고요. 뒤늦게 저도 그 점을 보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추호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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