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촛불을 들고 다가서면

그냥, 사는 이야기를 적었어요.

이 책을 소개해달라는 청이 오면 어떻게 운을 떼야 하나 오래 고민했어요. 대단한 문학적 발견 같은건 없고요, 제가 올 일 년 동안 보고 겪고 느낀 것들에 관한 기록이에요. 너무 사사로워서 실망하실지도모르지만•••••• 거기까지 말하고 저는 숨을 고르는 척 당신의 눈빛을 살필 거예요.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어깨는 한껏 움츠러들고 공연히 손톱 거스러미를 만지작거리기도 하겠죠. 그런데도 당신이 아직 기대의 얼굴을 거두지 않았다면 저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이어갈 것입니다. - P5

자연스레 생각은 평소 내가 품어온 ‘작은‘ 소망들로 이어졌다. 2021년 1월 기준, 나의 작은 소망들은 이러하다. 산미가 강하고 꽃향기가 나는 진한 라테한 잔. 겨울에 접어들며 잎 끝이 누렇게 말라버린 반려식물의 안위. 가격 대비 품질이 좋고 포근한 겨울외투 한 벌.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니지만 쉽지 않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해보니 나의 작은 소망들은 정말로 까다로웠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하기는 소망의 크고 작음을 분별하는 것 자체가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크든 작든 하나의 소망에는 그 소망을 가로막는 심리적 물리적 장애물이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길항‘은 바로 그러한 싸움을 뜻하는 단어다. 이쪽의 우리가 간절해질때 저쪽에서도 충돌할 채비를 한다. 쉽게 가질 수는없을 거야. 시간의 횡포도 견뎌야 하고 인간이라는 한계에도 맞서야 할걸. 그렇게 애석해할 거 없어. 그건 세상의 구성 원리거든. 밀물과 썰물, N극과 S극,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을 봐. 버티어 대항하는 힘은어디에나 반드시 있어.
정말 그렇다. 지금이 있기에 그때는 더욱 환하거나 어두워지고, 저곳이 있기에 이곳은 특별하거나 사소해진다. 한 방향으로만 뻗어가는 힘이나 목소리는 금세 상하거나 차게 식기 마련이다. 싸움도 둘이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혼자 하는 싸움이더라도 사실은 혼자 안의 둘이 싸우는 것처럼. - P16

 그중 봄에 꽃이 피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식물마다 꽃이 피기까지 필요한 온도가있는데 봄이 되면 식물들이 몸 안에 온도를 ‘저금‘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저금한 온도가 가득 차면 비로소 꽃이 피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그 즉시 노트를 열어 메모했다. 언젠가 내 안에서 이야기로 풀려나올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열량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서 생육 일수의 일평균기온을 적산한 것? 사전이 설명하는 적산온도는 실용적인 의미가 강하다. 반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 적산온도는 경직된 의미에 갇히지 않고 여러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온도를 저금한다는 말. 모든 존재가 꽃이라면, 나의피어남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까.  - P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