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거의 괴벽인지 모르겠지만, 미친 듯이 또는 절망에빠져 슬퍼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만 않으면 저는 시신이 있는 방을 지키고 있는 동안 대개 행복을 느낀답니다. 이승의 괴로움도, 저승의 괴로움도 깨뜨릴 수 없는 안식이 있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올 어두운 그림자라고는 없는 끝없는 세상에 대한 확신 같은 것을 느끼지요. 고인들이 들어간 영원의 세계를 말이에요. 거기서는 생명은 무한히 지속되고 사랑은 연민으로 싸여 있으며 기쁨이 넘쳐흐르니까요. 저는 그때 린튼 서방님이 캐서린 아씨의 그러한 복된 해방을 몹시 서러워하는 것을 보고, 그분이 지니고 있는것과 같은 애정에조차 얼마나 많은 이기심이 깃들어 있는지를 보았답니다. 아씨가 그런 제멋대로의 참을성 없는 일생을 마친 뒤에도 평화로운 천국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는 틀림없이 누구나 의심할 거예요. 냉정히 돌이켜보면 그런 의심도 들겠지만 그때 아씨의 시신 앞에는 스스로의 안식이 뚜렷이 드러나 있었고, 그것은 아씨의 영혼도 그와같은 고요를 얻을 수 있다고 보증하는 듯했습니다. - P270

"아씨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당신이 나간 다음에는 아무도 알아보시지 못했어요. 얼굴에 상냥한 미소를띠고 누워 계셨지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는 즐거웠던 어린 시절의 일들이 다시 떠올랐던 모양이에요. 아씨의 일생은 조용한 꿈속에서 끝을 맺으신 거지요. 부디 저승에서도 그렇게 살며시 눈을 뜨셨으면."
"고통 속에 눈을 뜨라지!" 하고 그는 발을 구르며 걷잡을 수 없는 격정으로 발작을 일으키며 무시무시하게 외치는 것이었어요. "그래, 끝까지 거짓말쟁이였군! 어디로 갔지? 거기가 아니야. 천국이 아니라고, 없어진 것도 아냐그러면 어디로 간 거지? 아! 당신은 내 괴로움 같은 건 알바 아니라고 했지!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줘. 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나를 버리지만 말아줘. 아! 견딜 수가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난 살수 없단 말이야!"
그러면서 그는 나무 둥치에 머리를 부딪치는 것이었어요. 그러고는 눈을 치켜뜨고 사람이 아니라 칼이나 창에맞아 죽어가는 야수처럼 고함을 쳤어요. - P273

헤어튼과 함께 관을 따라가기 전에 그는 그 불쌍한 아이를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며 중얼거리는 것이었어요.
"야, 이 녀석아, 이제 너는 내 거야! 나무를 휘게 할 정도의 강한 바람을 맞고도 이 나무가 다른 나무처럼 휘지않고 자랄 수 있는지 어디 두고 보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즐거웠는지 히스클리프의 구레나룻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볼을 쓰다듬기도 했지만, 저는 그 말의 뜻을 알아채고 신랄하게 꼬집어줬지요.
"이봐요, 그 도련님은 나와 함께 드러시크로스 저택으로돌아가야 해요. 그 도련님이 당신의 것이라니 세상에 그런법이 어디 있어요!"
"린튼이 그렇게 말하던가?" 그는 다그쳐 물었어요.
"물론이죠. 서방님께서 도련님을 데려오라고 분부하셨어요."
"자, 지금 그 문제는 논의하지 않기로 하지. 그러나 내손으로 아이를 하나 길러보고 싶은데, 만약 그가 이 애를데려간다면 난 대신 내 자식을 데려와야겠다고 주인에게말해. 아무 소리 없이 헤어튼을 보내지도 않겠지만, 언젠가 내 자식을 데려오는 건 틀림없는 일이야! 잊지 말고 주인에게 그렇게 말해 줘." 악당은 말했어요.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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