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이 그 책임이 본인에게 있으며, 나아가 자신들이 성과가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해서 산다고 확신시키는서사적 속임수가 사용된다. 그러므로 능력주의는 뒤처지고 배제된 사람들을 영웅 여정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적대자로 만든다. 그리고 영옹여정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약하고 궁핍한 사람들을 상대로 자연스럽게 공감 연습을 한다. 그래서 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of the Common Good?』의 저자이자 철학자 마이클 J. 샌델 Michael J. Sandel은 이러한 어른 동화에 대해 성찰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은 우리의 능력주의적 오만함에 의문을 제기하고 도덕적, 나아가 정신적 변화가 필요한 때다. 나를 성공시킨 재능을 도덕적으로 받을 자격이 나에게 있는가? 내가 우연히 갖게 된 재능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에서 사는 것이 나의 업적인가? 아니면 나의 운인가? 나의 성공이 나의 업적이라는 주장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기 어렵게 만든다. 인생에서 운의 역할을 인정하면 어느 정도의 겸손함을 가질 수 있다. - P289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에게 노예는 있었지만 ‘인종‘은 없었다. 피부색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기는 했지만 누가 어떤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고 정해지지는 않았다. 그리스인의 시각에서 이집트인이나 에티오피아인은 자신과 같은 민족이었고 단지 예술이나 문화, 사는 곳이 달랐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그리스 사회에서 모든사람이 동등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한편으로 그리스인은 모든 피부색의 노예를 소유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문화적 척도와 비교하여 이를테면 북부의 종족을 미개한 야만인으로 간주했다. 한 사람의 가치가 외모가 아닌 출신 성분으로확정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후 이론‘에 근거하여 인간의 위계를 발전시켰는데, 이에 따르면 지중해성 기후는 지중해 주변의 문명화된 민족으로 이어지지만 북쪽의 극한 추위나 남쪽의 건조한 더위는 오로지 야만인을 발생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리스에서는 발현 형질Phenotype과 노예제도가 아무런 관련이 없었으며 사회적 지위가 유일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동유럽인을 비롯하여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노예가 되었으며 ‘노예Slave‘라는 단어가 ‘슬라브Slav‘에서 파생되었을 정도였다. 44 - P295
인종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타국을 정복하고 억압하고착취하고 그곳의 거주자를 적대자로 만들며 이와 함께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화에 속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시대에 맞게 조정되고 있다. 1929년 미국에서 멕시코인은 백인으로 간주하였다. 하지만 1930년부터는 더 이상 백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때부터 백인이 아닌 사람의 이주가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무기 생산을 위한 노동자가 필요해지면서 멕시코인은 다시 백인으로 간주하였다. 이는 피부색이 사회적 구성이며 사회적 상황에따라 상대화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다. 우리 인간은 하나의 종이며 인간보다 펭귄 사이에 유전적 차이가더 많다는 사실은 생물학적으로 이미 오래전에 입증되었다. "[...)인종‘은 생물학적 현상이라기보다 사회적 신화라고 볼 수 있다. - P297
언어학자 아나톨 슈테파노비치 Anatol Stefanowitsch는 다음과 같이 단언한다. "인종‘이라는 용어가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리가 문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명사가 지칭되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전제를 항상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종‘이라는 단어처럼 문장을 해석하기가 어려워진다. 우리가 어떤 사람도 인종으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함으로써 인종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이것이당연히 문제라는 사실도 함께 말하는 것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저자 바바라 필즈 Barbara Fields와 카렌 필즈Karen Fields는 피부색과 인종차별주의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유한다. 즉 ‘인종‘과 인종차별의 관계는 마녀와 마녀사냥과의 관계와같다는 것이다. 마녀는 한 집단의 사람들을 적대자로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하지만 이 발명의 결과는 실재적이고 잔인하다. 동시에 인종차별적 근거는 자기 부담을 덜기 위해 사용된다. 말하자면 인종차별적 근거는 차별하는 사람이 행하는 인종차별을 차별받는 사람의 피부색으로 변환시킨다. ‘이 사람은 피부색 때문에 무시당했다‘. 언뜻 보기에 이 문장은 말이 되는 것 같지만 잘못된 문장이다. 즉 ‘이 사람은 인종차별 때문에 무시되었다‘가 맞다. 이는 우리에게 깊숙이 내재화된 속임수로 지금껏 회자되어온 ‘인종‘에 대한 내러티브를 통해서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것은 가장 잔인한 어른 동화 중 하나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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