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와 관련된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일화로 시작해보자. 헤밍웨이는 몇몇 작가와 함께 식당에 앉아 자신이 여섯 단어로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내기를 걸었다. 그는 각각에게서 10달러를 걷고 냅킨에 이렇게 적었다.

팝니다: 아기 신발, 한 번도 안신었습니다.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m. - P13

모든 이야기에는 마치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한개의 인형 속에 작은 인형 몇 개가 겹겹이 들어간 목각 인형- 옮긴이)처럼 더 작은 단위가 존재한다. 무수한 다른 이야기들을 싹틔울 수 있는 이야기의 핵심, 우리는그것을 ‘내러티브 Narrative‘라고 부른다. 내러티브는 잠재의식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뚜렷하게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되풀이하여 이야기되는 표면적인 원인, 결과, 연결고리,
갈등을 말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 한다. 최초의 내러티브는 수백만 번 이야기되었고 성공적인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무수한 비디오게임과 정치 프로그램에도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누구나 자기의 행복을 만들 수 있다‘라는 내러티브다. 신자유주의적 개인주의가 담겨 있는 이 내러티브는 약속인 동시에 요구다. 누구나 자기 행복을 직접 움켜쥘 수 있다면 역으로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는 행복, 나아가 불행에 대한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  - P16

영화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에서 주인공 프로도가 압도적인 악의 힘과 이를 물리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온갖 희생 앞에서 포기하려고 하자 그의 절친한 친구 샘은 이렇게 말하며 용기를 북돋는다.

이건 마치 위대한 이야기 같아요.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요.
암흑과 위험으로 가득 찬 그런 이야기요. 그리고 그 끝이 어떻게 될지 가끔은 전혀 알고 싶지 않은 그런 이야기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어떻게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있겠어요? 그토록 나쁜 일들이 일어났는데 이 세상이 어떻게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결국 이 그림자도 스쳐 지나갈 거예요. 암흑마저도 걷히기 마련이죠. 새로운 날이 올 거니까요. 그리고 태양은 어느 때보다도 더욱 밝게 빛날 거예요. 우리가 기억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런 이야기요. 비록 그때는 너무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지만요. (...) 저는 이제 알 것 같아요. 이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뒤돌아설 기회가 끊임없이 있었지만 다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거였어요. 그들은 자신이 가진 어떤 믿음 때문에 앞으로 계속 나아갔던거예요!‘ - P25

씩씩한 호빗 프로도, 호기심 많은 소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자비로운 구원자 예수, 용감한 우주비행사 엘렌 리플리 (영화 <에일리언>의주인공 - 옮긴이). 서로 다른 이 인물들이 지닌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불확실한 모험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갈등과 저항, 승리와 패배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하나의 목표에 도달한다. 그런데 그들을 진정 영웅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믿음이다. 그들의 믿음은 온갖 위험을 무릅쓸만큼 매우 굳건하다. 대부분의 영웅은 자신의 믿음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먼저 발견하고 그 믿음을 위해 변화를 꾀한다. 그들이 이야기의주인공 Protagonist "이 되는 이유는 바로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프로도는 반지를 끼고 마침내 그것을 파괴할 용기를 찾는다. 앨리스는 천진난만한 환상 세계를 벗어날 만큼 성장하면서 공포와 마법을 상실한다. 예수는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인간의 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설교자에서 메시아가 된다. 결의를 굳게 다진 엘렌 리플리는쫓기는 군인에서 괴물을 퇴치하는 우주 비행사가 된다. 그들의 모험은 언제나 영웅적 자아로 이르는 험난한길이다. 영웅의 여정, 그것은 성장인 동시에 하나의 역작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서사 구조를 발견한 사람으로 조지프 캠벨 JosephCampbell 을 꼽을 수 있다. 물론 그가 이 개념을 고안해낸 것은 아니다.
미국의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1945년에 출판된 자신의 대작 『천의얼굴을 가진 영웅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에서 수천 개에 이르는 전 세계의 신화와 전설, 이야기들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하나의 패턴을 확인했고 이를 ‘단일신화 Monomyth‘라고 명명했다.  - P26

가상 인물이든 아니든 프로도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서사장정을 펼치는 동안 우리의 또 다른 자아이며 우리를 대신하여 역경을 헤치며 칼을 휘두르는 친근한 투영막이다. 우리는 그와 함께 도전과 고된 시련으로 가득 찬 가상의 우주에 들어간다. 이로써 영웅은 또한우리가 그의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의 일부가 된다. 우리는 앨리스를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다. 이상한 나라는 우리에게처럼 앨리스에게도 새롭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해리 포터의 안경을통해 호그와트의 마법 세계를 들여다본다. 또한 영화 <헝거게임>에서 캣니스 에버딘과 함께 캐피톨의 타락한 삶과 그 사회의 잔인한 조직을 경험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영웅의 손을 잡고 - 캠벨이 말했듯이-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미와 세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는 여행을 감행한다.
이러한 여행을 통해 우리는 캠벨이 말한 주인공이 영웅 여정을 펼치는 동안 거쳐야 하는 여러 단계를 주인공과 함께 경험하게된다. 캠벨의 단계란 일종의 서사적 시계를 말하는데, 캠벨은 이 시계 숫자판에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주요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배치했다. - P31

소위 고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그리스 드라마의 구조와 영웅 여정의 구조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이미알아차렸을 것이다. 맞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다섯 가지 구성 요소─발단, 상승, 정점, 하강, 결말는 캠벨의 영웅 여정에서 쉽게찾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와 같은 전개는 항상 반복적으로 설명되고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말하자면 명칭이 변해도 그 기능은 똑같이 유지된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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