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에 팔꿈치를 기대고 서서 그 유명한 <시모네티 양탄자 TheSimonert carpet) (이전 주인의 이름을 따서 시모네티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양탄자로 유명했던 이집트 맘루크왕조 시대에 생산된 가장 유명한 작품중 하나다-옮긴이)를 내려다본다. 섬세한 조명으로 밝혀져 있어 마치 마법처럼, 형형색색의 연못 위로 연기가 자욱한 것처럼 보인다. 내가 그 자체로 시각의 우주 같은 이 양탄자 속에서 길을잃고 싶은 기분이었다면 그렇게 되도록 스스로를 내버려두었을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다른 기분이다. 지금 내게 보이는것은 저물어간 거대한 세계가 남긴 작은 조각이다. - P215

카사트의 그림은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햇살에 흠뻑 젖은것처럼 아름답다. 대담하고, 편안하고, 다채롭고, 옳고, 뭐랄까, ‘순수 예술‘보다 더 탄탄하다. 카사트가 어렵게 얻은 거장의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동안 조심스럽고 끈질기게 모작을 완성 중인 저 딱한 사람에게는 불공평한 일이다. 이것이 카사트의 스타일이었고, 이것이 그녀의 주제였다. 그녀는 기민하고영감이 충만한 미적 지능으로 수천 가지의 선택을 해냈다. 그런그녀의 작품을 생명력 없이 흉내낼 수는 있지만 재현하기는 불가능하다. 정리하자면 나는 그녀의 그림이 얼마나 훌륭한지 믿을 수도, 견딜 수도 없어서, 아주 오랜만에 그저 깊이 흠모하며 바라보기만 했다.
이제 이런 순간들은 예전만큼 자주 오지 않고 그 사실을 인정하며 슬퍼진다. 위대한 그림은 경외감, 사랑 그리고 고통 같은잠들어 있던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메자닌의 골동품들에 대한 호기심과는 다르다. 이상하게도 나는 내 격렬한 애도의 끝을 애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내 삶의 중심에 구멍을냈던 상실감보다 그 구멍을 메운 잡다한 걱정거리들을 더 많이 생각한다. 아마도 그게 옳고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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