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는 국회의원 시절 세비와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는성금으로 지구당을 관리하고 의정활동을 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는 ‘GT클럽‘이라는 자발적인 팬클럽이 조직되어 어느 정도 지원을 받게 되었다. 미약하지만 나름대로 큰 도움이 되었다.

그분들이 돼지저금통을 모아서 전달해주신 취지는 "김근태 너무 상처받지 마라, 우리가 있다. 함께 가자." 이런 뜻이라고 본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꼭 옛날 군사독재 시절 데모하고 피신할 때 "우리 집에 와서 숨어라"고 성원해주던 사람을 만난 것 같아 가슴에서 눈물이 난다. 물론 그것이 현실정치에서 정치자금을 대신할 만한 액수는 못 된다.
나는 정치자금을 정말 투명하게 해야 하고 투명하게 하는 사람에 대해선 보상이 따르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재정 보조를 중앙당으로 하지 말고 국회의원들한테 해줘서 투명하게 하는 사람에게는 국고보조를 그만큼늘리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P308

김근태가 재야에서 반유신. 반공 투쟁을 통해 재야의 대표 주자로성장하고 있었다면, 노무현은 법조활동과 야당의 정치활동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고난의 젊은 날을 보냈으면서도순수한 품성을 지닌 ‘비정치적인 정치인‘이었다.
이들은 잠재적인 라이벌이면서도 서로를 존경하고 좋아했다. 걸어온길이 다르고 정치적 환경에는 차이가 있었으나, 질곡의 삶을 헤쳐오면서도 따뜻하고 진솔한 품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 등 닮은 데가 많았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노무현은 김근태를 이렇게 회상했다.

김근태 의원 때문에 나는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감격한 적이 있다. 1992년8월, 그날은 그의 석방 환영회였다. 당시까지 나는 김 의원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민주화운동을 함께해온 동지의 심정으로 그자리에 참석했던 터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김 의원은 나를 가리켜 "이시대의 의인이요, 정치적 희망"이라며 당시 모였던 재야의 쟁쟁한 인사들앞에서 소개를 했다. 

김근태는 평소 치밀하고 신중한 태도와 함께 아주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런 그가 노무현에게 "이 시대의 의인이요, 정치적 희망"이라 표현한 것이다. 의례적인 답례이긴 하지만 그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느낀 ‘정제된‘ 언사였다.  - P312

노무현은 이어서 "가장 원칙적이면서도 조직을 위해서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분, 음모적이지 않고 책략에만 매달리지 않는 재야의 지도자"라고 김근태를 평했다. 이 말은 주객을 바꾸어 노무현에게도 들어맞는말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심정적‘으로 통했다. 다시 노무현의 말이다.

살다 보면 괜히 좋은 사람이 있다. 아마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인데, 내게 특별히 잘해주거나 각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신뢰감이 가는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김근태 의원이 바로 그런 분이다. 정치인은 욕심이 많다.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턱없는 욕심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만약 내가 김근태처럼 신중하고, 치밀하고, 의젓한 이미지를 갖고 싶어 한다면 너무 큰 욕심을 낸다고 사람들이비난할까 무섭다. 
만약 우리나라의 미래를 앞두고 그와 내가 정치적으로 경쟁하는 일대일카운터파트가 되면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될까.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한번해봄 직한 욕심이고 상상이지만 무척 행복할 것 같다. 서로 주어진 결과에 기꺼이 승복하고 나아가서는 적극 지지할 수 있는 그런 신뢰가 분명한관계라고 단언한다. 혹은 다자간의 경쟁이 되면 제일 먼저 찾아가 "우리같이 합시다"라는 이야기를 마음 터놓고 할 것 같다.

노무현의 이 같은 바람은 실제로 3년 뒤에 이루어졌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제16대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선의의 라이벌로 그리고 노무현정부의 수장과 각료 관계로 이어졌다. - P3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