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 - 당내 개혁 세력이 지난 1년 동안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하나 김 부총재는 김 대통령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
김근태 -민주화운동 세력이 국민 대중으로부터 평가받으면서도 전폭적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군사독재의 폭압이 심했을 때 민주주의가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와 계승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는 꿈이 필요했다. 꿈은 관념적이다. 관념성을 동반한 꿈은 실제적인 그림을 그리지못하는 측면이 있다.
두 번째는 탄압이 심할 때는 인격의 연속성이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의 모든 힘을 발휘해 저항해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방을철저히 부정할 수밖에 없다. 파괴적인 권위주의 세력 아래서 고통 받은사람들 가슴 속에는 상처가 남게 된다. 그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자기정화 노력이 필요하다. 억울하지만 그렇다.
DJ와 내가 차별성이 있다고 말한다면 더 외곽에서 돌게 될지도 모르겠다(웃음). 우리 정치의 다음 단계 모습은 정책노선에 따른 재결집이될 것이다. 이것이 어떤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고, 누가 또는 어떤 집단이 해낼 것인가가 문제다. 현재 우리 정치는 최고의 리더십을 빼놓고는각종 정보가 집중되지 않기 때문에 판단과 모색의 범위가 상대적으로협소하다. 이를 제도화하는 것은 다음 단계 리더십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P295

패널 김 부총재는 자신에게 반인권적 고문을 자행했던 이근안 전 경감을 이제는 용서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용서하고싶더라도 고문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근태 날씨가 안 좋으면 감기몸살이 쉽게 찾아온다. 그때 고문의 후유증이다. 우선은 원한이 나 자신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나자신 네 번에 걸쳐 도합 7년 동안 도피 생활을 해봤다. 그 피신 생활자체가 굉장히 고통스럽다. 사실상 처벌이다. 이근안 씨가 만 10년을 피신하면서 겪은 고초는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이다. 세 번째는 이근안 씨도 군사독재의 하수인으로서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였다. 이 세가지를 생각하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남아공의 만델라처럼 진실로 화해했으면 한다. 그리고 국민의 대표를 자임하는 정치인으로서 과거에 대한 복수로 한계를 보이고 싶지 않다는 바람에서였다. - P298

다시 강준만의 지적이다.

나는 김 부총재의 경우 친화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건 그의 겸손과 성실 덕분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마냥 좋게만 보진 않는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보통 사용되는 ‘친화력‘의 정체에 대해선 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나는 기자들에게 술은커녕 밥 한 끼 사지 않아 욕을 먹는정치인들이 적잖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 정치인은 아무리 능력이 탁월해도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기자들로부터 욕먹게 마련이고 또 그런 부정적인 평가는 언론에 그대로 반영돼 대중의 인식에도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모든 걸 원칙대로 하려는 정치인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반면능력과 윤리에 상당한 문제가 있어도 술 잘 마시고 마당발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물론 이건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통용되는 문화로 보아야 할것이다. 그런 문화를 거스르면서 리더가 될 수는 없으니 이게 바로 딜레마라는 것이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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