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처마에 예쁘게 색칠한단청을 만든 것이다. 창문 밖으로 경치를 보았을 때 시야에서 윗부분을 프레임하는 것이 서까래와 처마다. 처마 부분은 외부 자연 경관을 담는 액자의 프레임이니, 장식이 들어간다면 이 부분에 했어야 했던 것이다. 재미난 것은 단청을 구성하는 색깔이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대부분이 녹색 계통이고 강하게 보색이 되는 자줏빛을 사용한다. 이 색깔은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르다. 그 이유는 자연을 더 확장돼 보이게 하려는의도로 추측된다. 여름철에 처마에 서서 주변 산을 바라보면 자줏빛은 나뭇가지처럼 보이고, 녹색은 나뭇잎으로 보여서 주변 풍경이 연속되어 건축물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우리나라 단청이 왜 그렇게 명도가 높은 색상으로 된 것인지도 이해가된다. 처음에 서양인의 시점으로 건물을 밖에서 바라보면 단청의 채도가 너무 눈에 띄게 높아서 거슬린다. 그러나 안에서 밖을 바라보게 되면 이해가 된다. 어두운 실내에서 밖을 보면 자연은 밝고 처마 부분은그림자가 져서 어둡게 된다. 이때 녹색과 자줏빛을 채도가 낮은 차분한톤으로 칠하면 그림자 진 상태에서 칙칙해 보이고 자연과 건축의 경계가 명확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단청 색깔처럼 채도가 높은 밝고 선명한 톤으로 칠하면 단청이 그림자에 들어가 있어도 밝은 바깥 경치와 연결돼 보인다. 나는 이런 경험을 불국사의 어느 처마 밑에서 할 수 있었다. 단청의 색깔만 보더라도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건축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건축물이 자연에 흡수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것은 건물 외부에 있는 객관적인 제3자의 시각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사람의 1인칭 시점에서 디자인적 판단을 내렸음을 알 수 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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